병점역·수원역 상인 고된 겨울
"가스 사용하다보니 문 열어놔"
물 끓여 수시로 언 손 녹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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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께 병점역 1번출구 앞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이덕(68)씨의 모습. 그는 추위를 떨치기 위해 발에 핫팩을 붙이고 일한다. 2023.12.21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동상이 오면 발 끄트머리가 신발에 조금만 닿아도 애리고 아파요."

21일 오후 2시께 화성시 병점역 1번 출구 앞. 이 자리에서 9년째 노점상을 운영한다는 이이덕(68·여)씨는 찜통 속에서 순대를 꺼내며 이같이 말했다.

역전에서 떡볶이와 순대 등 분식을 파는 노점상인인 그는 날이 추워지면 발에 찾아오는 동상이 가장 고역이다. 그는 "허리 위로는 열기가 있으니까 발이 제일 시리다"며 "일할 때는 양말에 작은 핫팩을 붙이고, 집에 가서는 메주콩 주머니를 신고 잔다"고 했다. 그가 출근 전 메주콩을 넣은 양말을 베란다에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신고 자는 일과는 벌써 보름이 넘었다.

병점역에서 18년째 노점상을 운영한다는 김모(58·여)씨 역시 새시처리된 외부 건물도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씨는 "여기가 안쪽 공간이기는 해도, 가스를 사용하다 보니 문을 살짝 열어 놓는다"며 "그리로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오니까 아무리 껴입어도 어깨랑 발이 계속 춥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오뎅 국물 버리는 곳'이라는 글씨 앞에 놓인 김치통에는 살얼음이 서려 있었다.

최근 경기도 전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면서 노점상인들도 추위에 떨고 있었다. 야외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판매하는 특성상 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8시께 찾은 수원역 인근 주차장 한편에서 판매할 어묵을 꼬치에 꽂는 작업에 한창이던 진순자(64·여)씨 역시 의자 양쪽에 간이 난로 두 개를 켜놓고 있었다. 30년 넘게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그는 "모든 게 물 쓰는 작업이니까 겨울에는 손이 너무 시리다"고 말했다.

이 주차장 안쪽은 수원역 로데오거리에 있는 노점상 11곳이 세를 놓고 사용하는 공용공간으로 냉장고와 솥, 싱크대, 간이화장실 등이 비치돼 있다. 상인들은 이곳에 노점대를 보관해놓고 수도와 전기를 나눠 내며, 각종 전처리 작업과 설거지, 음식물 보관 등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야외 주차장인 탓에 한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간이화장실 내 변기 옆에는 변기 물이 어는 걸 막기 위해 선풍기형 난로가 눕힌 채 켜져 있었다. 또 모든 싱크대에는 동파방지를 위해 '물을 완전히 잠그지 마세요'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싱크대 아래 배관주변은 이미 얼음이 꽝꽝 얼어있었다.

진씨는 칼바람에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솥 하나에서 물을 팔팔 끓이고 있었다. 그러나 따뜻한 건 잠시뿐, 뜨거워진 손은 추위에 노출되자 금세 새빨개졌다.

기상청은 이번 강추위가 23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인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0도에서 영하 5도 사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