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7천966명과 조세포탈범 31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몇몇 유명 연예인도 포함된 명단에서 최고액 체납자는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학균씨였다. 종합소득세 등 총 3천29억원, 이씨의 체납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지방의 작은 기초단체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경인일보 기자가 이씨에 대한 세금 징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12월22일자 2면 보도) 결론적으로 징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세무당국 전산에는 이씨 명의로 된 자산이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이씨의 체납액 3천29억원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불법 운영한 도박사이트로 올린 불법 소득에 대한 세무당국의 과세였다. 과세액이 이 정도라면 그가 올린 소득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여야 맞다.

놀라운 일은 이씨가 자신의 소득을 감춘 채 납세를 계속 미룬다면 그의 체납액이 소멸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재산을 발견하지 못하면 정리보류제도로 감시한다. 체납자의 은닉자산이 발견되고 소득자산이 발생할 때까지 강제징수를 중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리보류로 분류된 체납액은 정리보류 이후 일정시간(5억원 미만 5년, 5억원 이상 10년)이 지나면 시효 소멸로 더 이상 세금 추징이 불가능해진다. 40대인 이씨가 이 제도에 포함되면 10년이 지나 은닉재산을 공개해도 징수는 물론 처벌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 10년(2013~2022년)간 국세청이 징수를 포기한 정리보류 국세가 74조7천억원이라고 한다. 경기도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이 27조9천297억원으로 가장 많다. 74조원이면 내년 국방예산 59조원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새해 예산과 관련 긴축재정을 편성하면서 R&D 예산 3조4천억원을 깎으려다 곤경을 치렀다. 해마다 7조~8조원에 달하는 정리보류 세금만 제대로 걷어도 없었을 일이다.

악질 체납자는 예외 없이 중형으로 엄벌해야 맞다. 10억원 이상 체납자는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지만, 이런 처벌이 실행된 사례를 기억하기 힘들다. 검찰 수사와 기소는 국세청 고발이 있어야 하고, 국세청은 체납의 고의성을 증명해야 하는 등 처벌 과정이 너무 관용적이다. 소득이 있어 부과한 세금이니, 세금 자체가 소득의 증명이다. 체납은 고의라고 봐야 한다. 무거운 신체형으로 다스려 체납의 이익을 차단해야 한다. 3천억원 체납은 3천억원의 국고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