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에 하나뿐인 여성주의도서관 '랄라' 황보화 관장
인천 부평에 독서와 휴식·모임 장소
지역 여성끼리 연대하는 모습 뿌듯
남녀노소 이용… 내년엔 장터 계획

"여긴 모든 사람이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죠."
인천 부평구에는 전국에 하나뿐인 페미니즘 특화 도서관이 있다. 인천 여성단체 인천여성회의 부설기관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를 운영하는 황보화(48) 관장은 여성들이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3년 설립돼 오랜 기간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맡았던 신나는어린이도서관은 2017년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이후 랄라)로 탈바꿈했다.
황 관장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의 안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누구나 안전하게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성주의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고 말했다.
랄라에는 페미니즘, 성평등 도서를 포함한 2천500여 권의 서적이 있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잠깐냅둬방', 책 모임이나 북토크 등을 진행하는 공간 '룰루랄라모여방'도 마련돼 있다.
황 관장은 이곳이 지역 여성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랄라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2019년부터 책 '돌봄선언',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등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을 열었다.
지난 4월부터 11월에는 매달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랄라 인사이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용수 스님, 영화 '평행선'의 이혜란 감독, 책 '백래시 정치'를 쓴 신경아 교수 등이 강연을 맡았다.
황 관장은 "지역의 여성들이 한 곳에 모여 웃고 떠드는 하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이 또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황 관장은 도서관 랄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주의 도서관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남성 이용자도 제법 많다"며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인천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의 연대감을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랄라는 내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 관장은 "내년 2월에는 페미니즘 장터를 열어 전국의 페미니즘과 관련된 상품을 파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