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즐겨 쓰는 두 개의 표현이 있다. '동료 시민'과 '격차 해소'다. '동료 시민'은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 취임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기존 정치판에서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영미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펠로우 시티즌(fellow citizens)'이란 표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서로를 민주주의 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여기는 가치를 담고 있다. '격차 해소'는 지난 2일 대전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선보였다. 다음날 비대위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다양한 영역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겠다면서 이 표현을 썼다.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그의 정치 철학을 담은 키워드이면서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당을 찾은 한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드러내는 이 표현들을 여러 차례 써가며 경기도에서의 승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기도 '산포'라는 가상의 도시를 가정한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경기도민의 서울 출퇴근 불편에 공감을 표한 그는 "격차 해소를 통해 개별 시민의 삶이 개선될 만한 곳이 여기 경기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경기 동료 시민들의 다양한 영역에서 불합리한 격차 해소를 위해 경기도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아무리 야당이 정책을 약속해도 그건 말뿐"이라며 "여러분이 경기도 동료 시민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자신이 중앙당에서 바로 실천하겠다며 당원들을 독려했다. 경기도에서의 승리를 얼마나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대형 현안들과 관련해선 한 위원장이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경기도에서의 승리와는 거리가 먼 입장을 취하고 있음이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된다. 경기 지자체의 서울 편입론에 대해선 "진지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지속적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선 "주민들의 뜻에 부합하는지 잘 챙겨볼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두 가지 모두 자칫 한 위원장이 강조하는 '격차 해소'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동료 시민'의 뜻과도 배치된다는 사실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경기도에서의 승리를 원하는 한 위원장이 재고해야 할 현안들이다.
[사설] 경기 행정구역 개편에 모호했던 한동훈
입력 2024-01-07 20:41
수정 2024-01-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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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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