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정동 하나3차, 3곳 구비
실행 투표 전체가구의 84% '찬성'

"입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덕에 여느 때보다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요."
인천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입주민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최근 인천 서구 가정동 하나3차아파트는 각 20㎡ 규모인 휴게실 3곳을 새단장했다.
경비원들이 따뜻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난방 시설이 새로 설치됐다.
화장실은 쾌적하게 꾸며져 경비원들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또 싱크대, 냉장고,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등을 갖춰 경비원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됐다.
경비원 김홍진(74)씨는 "휴게실이 쾌적해져 먹고 쉬는데 불편함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언제 휴게실에 들어와도 항상 따뜻해서 좋다"며 "입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는 경비원 5명(주간 3명, 야간 2명)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 휴게실은 시설이 열악했다.
특히 겨울엔 추위를 피하기 어려웠다.
청테이프로 이어붙인 나무판자로 출입구를 막았고,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선 냉기가 올라왔다.
또 싱크대가 없어 아파트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해야 했다.
경비원 송철호(56)씨는 "예전 휴게실에서는 옷을 겹쳐 입고 전기장판이나 난방텐트를 사용해도 추웠다. 차라리 밖에 앉아 쉬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며 "싱크대가 없어 설거지하기 어려운 데다 시멘트 부스러기가 나돌아 제대로 식사를 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경비원들의 이 같은 고충을 전해들은 입주민들은 지난해 10월 휴게실을 새로 꾸미기로 뜻을 모았다.
입주민 투표에서는 전체 274가구 중 무려 84%가 찬성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주민들은 올 여름이 오기 전 에어컨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입주자대표위원회 이건창(65) 회장은 "경비원들이 열악한 휴게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입주민들이 모두 놀라고 미안해했다"며 "휴게시설이 완성된 후에 입주민들도 무척 기뻐하고, 종종 휴게실을 찾아가서 경비원에게 안부를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비원들과 입주민이 한 아파트의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의 환경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