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태영그룹은 8일 기존 자구안의 성실한 이행을 채권단에 약속했다. 일단 논란이 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천549억원)을 태영건설 지원금으로 출연 완료했다. 추가 자구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엔 기존 3개 자구안에 윤세영 창업회장 등 가족이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의 담보 제공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을 살려달라며 워크아웃을 요청한 뒤 태영이 보인 태도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2세 경영자인 윤석민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금액 중 659억원만 태영건설 살리기에 쓰고 대부분의 금액은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데 썼다. 회생 대상인 태영건설 대신 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유지에 집착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다고 거칠게 비판하고 나선 배경이다.

태영은 또 상거래채권 1천485억원을 상환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미납하면서 수많은 협력사에 피해를 입혔다. 태영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대주주의 조속한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협력사는 1천75곳, 수분양자는 2만세대에 달한다. 태영건설 위기가 협력업체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경기도내 태영건설 현장은 40~50곳에 달하는데, 하도급 대금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경강선 광주역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임금 문제가 불거졌다. 통상 하도급 업체의 임금은 현금으로 지불하는데 어음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회생을 위한 워크아웃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태영그룹은 처음부터 진정성 있게 오너 일가의 지분 포기 및 사재 출연 의지를 보였어야 마땅했다. 채권단, 협력사, 수분양자, 현장 노동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워크아웃 기업 경영자의 책임이자 도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에 매달린 수많은 이해관계를 대마불사의 도구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태영 사태가 워크아웃 수준의 경영을 하고도 책임보다는 사익 보전에 연연하는 불성실한 기업에 대한 분명한 경고가 되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끝까지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