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퇴근 무렵, 서울 명동 입구 버스정류소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평소에도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로 붐비긴 했지만 그래도 10분이면 빠져나가는 길이었는데 이날은 1시간 이상 걸렸다. 5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었던 시민들도 30분 이상 추위에 떨어야 했다. 서울시가 전날부터 명동 입구 버스정류장 인도에 버스 노선 표시 시설물을 설치한 이후 벌어진 사태였다. 서울역부터 명동 입구까지 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열차 현상'이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교통대란 현장을 찾아 "정말 죄송스럽다"며 거듭해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런데 이후 대책이 문제다. 서울시는 지난 5일 명동 입구 버스정류소의 줄서기 표지판 시행 유예를 발표하면서 "대광위에 광역버스 노선 변경 및 정차 위치 분산, 감차 등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흘 뒤 수원 방면 4개 노선과 용인 방면 1개 노선의 승하차 위치 변경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경기도에 보냈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광역버스 노선과 승하차 위치 변경은 경기도민이 일방적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래도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큰 파열음 없이 해결해 왔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경기도에 우선권이 있는 '감차'까지 사전협의 없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타 지자체에 대한 중대한 권한 침해다. 이웃한 지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정부의 광역버스 증차와 노선 확대 약속과도 충돌한다.

서울시의 일방통행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서울지하철 10분 재개표' 시행도 경기도·인천시와 정산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 두 달 뒤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출시를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합 환승 정기권을 출시하면서도 경기도·인천시와의 사전협의가 없었다. 결국 10분 재개표 시책은 1~9호선 서울시 구간과 진접선 남양주시 구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도나 인천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만 적용됨으로써 본래의 의미가 반감됐다. 서울시의 교통 문제는 서울시만의 단독 사안이 아니다. 수도권 2천600만 주민의 공통문제다. 서울·인천·경기 3개 광역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한 지자체의 일방통행으로 해결되지 않는 난제임을 선례들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