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떠나, 공포만 남은 급식실·(5·끝)] 노동자 4070명 대상 정책연구 조사 

 

경기도의회, 전체 학교서 첫 용역
적절한 인력배치 기준 마련 목청
구체 로드맵으로 산재 감축 조언


급식노동자관련 모자이크필 (12)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내 한 학교 급식조리실에서 조리원들이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2023.12.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 학교급식실 종사자 4천여명의 목소리를 모은 결과, 이들은 급식실이 "위험천만한 일터"라며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 문제보다 환경개선이 당장 시급하다는 데 큰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예산을 마련하는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급식실 개선 로드맵이 마련돼야 폐암 등 잇따르는 산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14일 경인일보가 확보한 지난해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학교 급식실 노동자 4천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기도 학교급식 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 조사에 따르면,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다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하는 일에 비해 보상(임금)이 적은 일'이라는 인식보다도 높았다.

경기도의회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이번 조사는 도내 학교 급식 노동자 전체를 모집단으로 설정해 진행한 첫 조사다. 보고서에는 급식실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건강·처우·급식실 환경 등에 관한 요구들이 담겼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적절한 '인력배치 기준' 마련이 환경 개선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식수인원은 노동자들의 건강·통증·산재경험 등 대부분의 변수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식수인원에 따른 급식실 유해환경 노출정도는 100명 미만은 평균 2.9였는데, 1천200명 이상은 3.74에 달했다.

아노바(ANOVA)라는 집단 사이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검증하는 기법을 사용한 이번 조사에서 부정적 질문의 경우 3(중심값)을 중심으로 그 이하면 '긍정'에 가까운, 그 이상이면 '부정'에 가까운 답변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급식실 규모별로 배치기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이홍재 안양대 공공행정학 교수는 일시적인 예산 증액이 아니라,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강도 경감을 이유로 자동화기기에 대한 수요가 컸는데, 자동튀김기랑 인덕션이 특히 높았다. 조리흄과 폐암질환이 문제 됐고, 산재 원인과 직결되기에 이런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들의 요구대로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건 최우선순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도적으로 쉽게 손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인력 수급 문제도 그중 하나다. 실제 급식실 노동자들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다른 동료에게 민폐 끼친다'를 꼽았는데, 여기에 대체인력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일하다 다쳐도 자기 돈을 들여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조사 대상 중 22.5%가 산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산재 신청방법을 몰라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교수는 "대체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산재 역시 사례별로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만 만들어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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