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제한 초과로 김포 아파트의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의 고통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김포고촌역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8개 동 399세대 규모로 건설돼 지난 12일 입주 개시일을 맞았지만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했다. 김포공항과 3~4㎞ 떨어진 이 아파트는 공항시설법상 고도제한에 따라 높이 57.86m 이하여야 하지만, 7개 동의 높이가 기준보다 63~69㎝ 높게 지어진 탓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지연 조치라는 날벼락에 망연자실이다. 당장 자녀 교육과 대출금 상환이 엉키고 꼬였다. 임시 거처를 구하려고 인근 아파트나 원룸을 알아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시공사가 재시공을 서둘러도 2개월 뒤에나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조합원들은 임시 사용 승인이라도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으나, 김포시는 관련 규정에 맞게 높이를 낮추는 재시공을 한 뒤 사용검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시에서는 지난 2020년 3월 사업계획 승인 당시 고도제한 조건을 내걸었지만, 시공사와 감리단은 12차례에 걸쳐 감리·준공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행한 것처럼 허위보고했다. 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해당 건설사와 감리단을 공항시설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건설사에 벌점을 부과해 추후 사업 입찰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사 계약 위약금이나 이삿짐 보관비용, 임시 숙박 비용 등 시공사 측 보상 대책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입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사의 불법 시공이 입주를 불과 보름 앞두고 불거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는 김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부실 감리 문제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감리사가 시공사의 눈치를 보고 아예 한통속이 되는 고질적인 갑을 관계가 무너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자체가 시공과 감리의 적정성을 현장에서 확인할 행정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 건설에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과 부실 감리 악습으로 빚어진 고도제한 초과 불법 시공의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의 피눈물이 됐다. 399세대 모두 지자체의 원칙과 시공사의 불법 사이에서 패닉에 빠져있다. 시행사와 건설사, 김포시는 "협의 중이니 일단 기다리라"고 한다. 분통 터질 답변이고 태도다. 입주 예정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