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물다양성 등 市에 제안

"온 지구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저어새를 보니 우리도 전 세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4박 5일 일정으로 멸종위기종 '저어새' 월동지인 홍콩을 방문한 인천지역 중·고등학생들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시교육청이 꾸린 인천-홍콩 자매습지 청소년교류단 일환으로 홍콩을 다녀온 학생들이 지난 19일 오후 4시께 모여 견학 소감을 나눴다. 홍콩의 습지와 생물다양성 등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곽기범(19·작전고)군은 "인천 시민단체 '저어새와 친구들'에서 오랫동안 저어새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홍콩에서도 저어새를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며 "홍콩 마이포 습지에 서식하는 저어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습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도갯벌을 둔 인천시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과 협력해 홍콩 마이포 습지 측과 교류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8일 인천 중·고등학생 12명과 홍콩을 방문했다. 학생들은 마이포 습지와 호이하완 해양생물센터, 홍콩 습지 공원, 카두리 농장 등을 탐방했다.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홍콩지부 관계자를 만나 양국의 습지 관리법과 학생들 대상 생태교육제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김서은(19·학익여고)양은 "마이포 습지에 있는 새우 양식장인 '게이웨이'(基圍, Gei Wai)를 보고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인천도 갯벌을 무작정 개발하기보다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갯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의 전통 새우 양식장인 게이웨이는 여름에 양식을 마친 후 겨울철에는 저어새의 먹이 활동 공간으로 활용된다.
인천 등 서해안 일대는 전 세계 저어새의 80%가 태어나는 주요 번식지다. 우리나라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은 월동지인 홍콩, 대만, 일본 현지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학생들은 홍콩에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인천시에 제안할 계획이다. 김가은(19·초은고)양은 "기후위기로 인해 홍콩의 맹그로브 나무가 빠르게 자라 저어새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들었지만 그럼에도 홍콩은 저어새를 지키기 위해 습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며 "인천시도 저어새 서식지를 잘 정비하고, 먹이 공간인 갯벌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