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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GRT 701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지하철 역할을 대신하는 GRT(유도고속차량) 기사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GRT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가 교통신호 시스템과 도로 등 현장 여건을 보완하지 않은 채 정해진 시간의 운행만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운행을 마치지 못하는 기사들에겐 성과급 미지급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한다. GRT 기사들은 과속이나 신호 위반 등이 불가피해 승객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승객 분산과 안전, 버스 배차간격 조정 등을 위해 '운행이력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노선의 총 운행시간과 정류장 구간(중간·종점) 내 도착시간 등을 정해두고 기사들이 지키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버스기사들 간 상이한 운전 스타일로 인해 뒤죽박죽이었던 버스 배차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정시성 매뉴얼'이라고도 하는 이 제도는 공사가 운영 중인 GRT와 BRT(간선급행버스)에 적용 중이다.

공사는 GRT(701번·702번) 운행이력평가제에서 기점인 청라국제도시역부터 종점인 가정역까지 운행 시간을 30분으로 설계했다. 기사가 GRT를 첫 운행할 때 종점까지 32분이 걸렸다면 다음 운행 땐 28분에 들어와야 공사가 정한 '30분 도착 매뉴얼'을 지킬 수 있는 형태다. 초과한 시간만큼 다음 운행에서 시간을 줄이려면 과속과 신호 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시성을 구현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버스 우선 신호체계를 마련하거나 해서 도로의 변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런 조치는 없다고 기사들은 말한다.

인천교통공사는 기사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공사의 정시성 매뉴얼은 GRT 노선 운행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합리적인 시간값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인정받은 만큼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정책이며, 현 도로 인프라를 고려했고 효과가 명확하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앞으로도 기사들에게 필요성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도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엔 연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버스의 경우라면 신호 체계와 도로 여건 등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 다분하다. 이 같은 요소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정시성만을 고수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