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청소년재단은 현직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이고 해마다 시는 매해 3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한다. 성남시 청소년 지원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실행기관이다. 청소년재단을 들여다보면 성남시 청소년정책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22일 성남시의회 임시회에서 정용한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고발한 재단의 실체는 혈세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시가 올해 재단에 출연한 290억원의 예산 중 청소년 사업에 배정된 금액은 64억원 뿐이고 나머지는 인건비와 시설 운영경비라고 한다. 정 대표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했다. 맞다. 예산은 사업의 본질을 규정한다. 예산 집행 구조만 보면 청소년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재단과 시설을 위한 사업구조다. 꼬리가 몸통을 가렸다.
청소년수련관의 별칭이 아줌마수련관이라는 지적도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학업 중인 청소년의 시설 이용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시설 이용시간의 대부분을 일반 주민들이 차지해서 생겨난 별명이다. 청소년 특화 복지의 오류이다. 방치하면 청소년을 위한 예산이 일반주민 복지에 중복되면서 예산 항목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결과는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정 대표는 직원들의 무능과 근무태만을 규탄하는 온라인 비판도 거론했다. 일반화하기엔 무리이지만 지적된 내용 하나하나는 모두 심각하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정 대표의 지적이 황당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시설 운영은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의 기본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설의 형태, 운영방식, 예산집행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성남시청소년재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 대표의 비판은 더욱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전국 자치단체의 시설 위주 청소년 사업 형태 때문에 청소년 없는 청소년 시설에 낭비되는 예산을 모두 더하면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성남시가 정 대표의 지적을 수용해 기관과 시설에서 벗어나 예산과 청소년이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지자체 청소년 정책을 새로 설계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하지만 개별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기관과 시설은 정책의 상징이다. 모든 지자체에 있는 청소년 기관과 시설을 자신의 지역에서만 축소했다간 단체장의 표가 날아간다. 경기도가 기초단체들의 청소년 없는 청소년 시설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청소년 정책과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