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독감약 바뀌어" vs "라벨만 실수"
인천 4세 아동 부모 부작용 호소
"약 용량 제대로 조제했다" 주장
보건소조사서 약국 측 손 들어줘

인천 한 약국의 실수로 4세 여아가 다른 환자의 이름이 적힌 아동용 독감 약을 복용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모는 약의 용량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약국은 라벨만 다르게 붙였을 뿐 약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2019년 11월생인 A양(4)은 미추홀구 한 소아과에서 A형 독감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A양의 어머니 B씨는 병원 근처 약국에 처방전을 제출해 조제된 약을 받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약 봉투에 담긴 타미플루 가루약 하나를 뜯어 A양에게 먹였다.
B씨는 A양이 약을 먹은 다음 날 오전부터 구토와 설사 등 증상을 보이자 약을 자세히 살폈고, 그제야 약 봉투에 다른 아동의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했다.
또 라벨에 적힌 용량은 타미플루 75㎎짜리 캡슐 1개 기준 1회 0.8캡슐(60㎎)로, 몸무게가 23~40㎏인 아동을 위한 약이었다. A양의 몸무게는 15.6㎏으로, 병원에서 0.6캡슐(45㎎, 몸무게 15~23㎏ 기준)을 처방받은 상태였다.
A양의 아버지 C씨가 곧바로 약국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린 뒤 병원의 처방전대로 다시 약을 받았고, 이때 약사로부터 "실수로 다른 라벨을 붙이긴 했지만 이전 약도 제대로 조제했다"는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C씨가 집으로 돌아와 두 약의 무게를 직접 잰 결과 차이가 있었고, 약국에 재차 항의했다. B씨는 국민신문고에 환자 이름 확인 누락 등 약사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조사해달라는 민원도 넣었다.
민원을 배정받은 미추홀구보건소는 자체 조사 후 약국의 손을 들어줬다. 두 약의 무게 차이가 0.01g(10㎎) 정도라 과용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제 실수나 약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행정처분이나 수사기관 고발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보건소가 약국에 내린 조치는 앞으로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라벨 부착 시 환자 확인을 철저히 하라는 행정지도 정도였다.
C씨는 "아이가 약을 먹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일주일간 병원 치료를 받으며 힘들어했다. 몸무게 기준보다 많은 약을 먹은 것이 확실한데도 다들 라벨만 잘못됐을 뿐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약국을 믿고 약을 복용하겠느냐"며 "경찰 조사를 통해 약국 조제실 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정말 약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약사는 지난 23일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조제한 약이 과용량으로 보기에는 미세한 차이라는 전문 연구소의 자문 결과지를 보건소에 제출했다"며 "라벨을 잘못 붙여 우려될 만한 상황을 만든 것은 맞지만, 조제가 잘못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