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의장 불신임 건 임시회
인천시의회 의장(허식) 불신임의 건이 상정된 24일 오전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마친 허식 의장이 이동 하고 있다. 2024.01.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의회가 최근 두 가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첫째는 인천시의회 사상 최초로 의장 불신임안이 발의된 것이고, 둘째는 의장이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의 본회의 상정을 스스로 거부한 사건이다. 이 모두가 어제 오전까지 인천시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던 허식 전 의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이달 초 허 전 의장이 비서진을 시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한 언론사의 5·18 특별판 인쇄물을 시의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을 빚자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회 운영위원장이 의원들과 협의를 거쳐 지난 18일 의장 불신임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쥔 허 당시 의장이 해당 안건의 상정을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해 버린 것이다.

인천시의회 초유의 이번 사태는 그래도 하루만에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장 불신임안을 다시 상정키로 합의한 의원들은 어제 오전 열린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사일정 변경 건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부의장 주재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 불신임안을 다시 상정했다. 불신임안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 처리됐으나 시의회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까지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방자치법 82조는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관하여는 그 의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해 허 전 의장을 제척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던 혼란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방자치법에 의장과 의원 제척 조항을 둔 이유는 의장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함이다. 의원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지방의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건은 그런 조항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함께 상정된 다른 중요한 안건을 순조롭게 처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장은 그런 사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이용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 의장이 자신의 불신임안 상정을 스스로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평소 지방의원들이 자기 규제에 얼마나 둔감한지 여실히 드러내 보인 역설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평소 규정과 강령을 함부로 대해왔던 지방의원들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까닭이다.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