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갤럽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가 29%로 나타났다.(1월 30일~2월 1일, 1천명, 가상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4월 2주 차에 27%를 기록한 후 9개월 만에 30%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음 조사에서 반등할 소지가 없지 않지만 대통령실은 20%대를 기록한 수치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게다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마찰을 빚고, 신년 기자회견 역시 KBS와의 녹화 대담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고위직이 없고,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 등 국민의 눈높이와 배치되는 일련의 태도들이 지지율 정체의 고착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을 생방송이 아닌 녹화로 하기로 한 것도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많은 비용과 논란을 무릅쓰고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실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산발적 질문이 나오는 회견보다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 대담을 대통령이 선호한다"고 했다. 보편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예민한 질문과 기자들의 국정 현안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30%대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은 경제·민생의 어려움, 잦은 거부권 행사,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정의 난맥과 무관치 않지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소통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 단 한 차례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정식 기자회견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언론과의 소통을 통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정과 현안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임기 초부터 지지율 정체 등 민심의 이반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