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2.3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리와 김포를 잇달아 방문해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추진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포검단시민연대가 주최한 5호선 중재안·GTX-D 노선안 환영 및 조기 개통 촉구 시민대회에서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시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리시에서도 "경기도는 지역마다 원하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둘 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해당 지역 주민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경기도 발전의 큰 그림을 가지고 발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포시 서울 편입 주민 투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구상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시 김기현 전임 당 대표가 꺼낸 카드였다. 당시 총선용으로 제안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흐지부지됐다가 한 위원장이 다시 이슈 파이팅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동료 시민이 원하면",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라는 모호한 전제가 깔려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메가 서울과 경기북도 분도의 동시 추진은 누가 봐도 뜬금포"라고 즉각 직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서울 주변 도시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서울로 만들어주겠다고 현혹하지 말라"고 맹공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 구상은 경기도지사 김동연표 공약이다. 김 지사는 "여당이 동의한다면 경기북도 주민 투표부터 빨리 진행해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의 정치적 계산보다 진정성을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구리·김포에 이어 의정부, 고양에 가서도 경기 분도와 서울 편입을 말할 것인가. 경기북도의 주요 도시들이 서울로 대거 편입된다면 과연 지역 주민들이 분도를 원하겠는가. 메가시티와 분도는 양립하기 힘든 구상이다.

한 위원장은 지역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을 보유한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의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 말대로라면 사실상 경기도 해체 방안인 경기 분도와 서울 메가시티 동시 추진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얘기가 된다. 1천363만 경기도민의 삶과 미래를 통째로 뒤흔들 발상인데, 이를 시장통에서 약속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선거용 약속어음에 가깝다. 공약의 무게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