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이후 대형 안전재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외주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제철 직원 1명을 포함한 6명이 의식장애와 호흡곤란 등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조 내부에서 침전물 제거 작업을 하다 질산과 불산 등의 화학물질 가스에 질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수사 대상으로 한다. 특히 이번 사고의 외주업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하의 사업장과 개인사업자로 확대된 이 법의 처벌 대상이 되므로 원청과 하청업체가 함께 조사를 받게 됐다.
이날 사고는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 사업장에서만 벌써 네 번째 발생한 중대재해다. 법 시행 첫해 3월 당진제철소에서 도금용 대형 용기에 작업자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같은 달 예산공장에서도 작업자가 철골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그해 12월 다시 당진제철소에서 안전 난간 보수공사 중 작업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들이다. 이번에도 맹독성 가스를 취급하는 실내 작업장에서 환기장치 설치와 방독 마스크 등 보호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는 안전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됐다. 알다시피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철강회사다.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런 대형 사업장에서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대제철과 같은 큰 기업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끊이질 않는 것은 돈과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초적인 안전 매뉴얼조차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현장의 작업 행태와 관리자의 안전의식 부족이 빚어내는 결과다. 반면 이번 사고는 50인 이하 사업장의 준비와 대응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하청의 형태이기는 하나 대기업과의 협업에서도 이러한데 50인 이하 사업장 단독으로 직면한 현실은 과연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사고를 계기로 50인 이하 사업장의 실태를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을 둘러싼 논의를 진일보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