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발 의료계 파업 여부 대학병원스케치4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예고되면서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대학병원 정문 앞.2024.2.12/임열수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발표하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결의하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15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궐기대회 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채비 중이고, 정부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 휴업이나 연가투쟁, 집단 사직서 제출 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과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현안협의체를 1년 넘게 28차례나 진행했다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논의했길래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가.

의협은 "정부에 숫자를 제시해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한 번도 2천명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파업 시 즉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한다는 초강수 입장이다.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까지 명령했다. 국민 건강권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는지 정부와 의사단체에 묻고 싶다.

정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는 5천56명, 올해보다 무려 2천명 65.4%가 한 번에 늘어나는 유례없는 일이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만이다. 정부가 대규모 증원 계획을 발표한 배경에는 2035년 의사 1만명이 더 부족해져 모두 1만5천명의 의사 충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낮은 처우 때문에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정원을 늘려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대형병원의 소문난 명의에게 진료받기 위해 수개월 아니 심한 경우 1~2년 전부터 예약해 놓고 새벽부터 소아과 오픈런 하는 게 우리 의료 서비스의 씁쓸한 풍경이다. 무작정 의대 정원을 늘려도 지역과 공공·필수의료에 적절히 배치되지 않는다면 이번 파격적 증원은 하나마나 한 일이 된다. 적절한 보상이 없는데 지역과 공공·필수의료를 기꺼이 선택할 '낭만 닥터'는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물론 지역 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인력 배치 계획과 재정 지원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의료 서비스를 희망할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대신 소통 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