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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권에 맞지 않은 학교 급식 메뉴 탓에 학생들은 굶을 수 밖에 없다. 사진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문화가정 학생들. /경인일보DB
 

경기도내 중동 및 중앙아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 이주민 가정의 학생들이 한국식 식단으로 구성된 학교급식으로 배를 곯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돼지고기가 자주 오르는 학교급식을 이슬람 율법상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 금기는 극복할 수 있는 문화적 차이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문제다. 무슬림에게 돼지고기 조리 음식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적 폭력이자 인권 침해이다.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4만4천여명 중 중동·중앙아시아 출신 학생들이 1주일에 몇 번이고 학교급식을 못 먹고 배를 곯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수백명인지 수천명인지 전혀 모른다. 도교육청이 현장을 확인했다는 행정의 흔적이 없다.

정부는 2008년부터 관공서 행정보조직을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년행정인턴' 사업을 시행 중이다. 청년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다. 하지만 사업명을 '대학생행정인턴'으로 고쳐야 할 판이다. 사업 대상을 대학생으로 제한하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해 도내 31개 기초단체 중 24곳이 청년행정인턴 사업의 지원 자격을 대학생으로 못 박았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대학생 아닌 청년들은 청년이 아니냐는 상식적인 비판을 이유 없이 십수년 째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보조나 민원인 안내 같은 단순 단기직 채용마저 학력으로 구분하는 행정은 시대착오적인 공적 폭력에 가깝다.

두 사안 모두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 판단했다는 증거다. 2020년엔 소수 종교 학생들에 대한 할랄급식 미제공에 대한 차별과 관련해,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일반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동의 현황 파악과 대체식 제공을 학교급식 행정에 반영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엔 대학생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청년행정인턴 사업이 차별 행정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소수 종교 학생들이 돼지고기 급식을 거부하고 배를 곯거나 따로 비용을 들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고,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은 정부의 청년사업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지방·교육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정책과 행정으로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차별을 노골적으로 방치하는 정책과 행정으로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낼 수 없다.

교육청은 예산은 있지만 일은 안 한다. 몇몇 지자체 빼곤 대다수 지자체가 청년 차별에 무감각하다. 공공부문의 기본이 망가졌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