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빅 5' 병원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시점이 내일로 다가왔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역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오늘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는 근무에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이들 5개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결정한데 따른 집단행동이다. 다른 지역에선 이미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 인천에선 가장 먼저 가천대길병원 전공의 20여 명이 사직서를 집단 제출했고,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7일 첫 회의를 열고 전공의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레지던트와 인턴을 뜻하는 전공의는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에서 핵심인력이다. 전공의들은 각 지역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응급의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병동의 환자 상태를 관리하고, 수술 지원과 응급실 운영을 맡는다. 특히 야간 응급실은 전적으로 전공의 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는 사실상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마비를 뜻한다. 각 동네마다 있는 개원의들의 진료거부와 전공의들의 그것이 갖는 의미가 다른 까닭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 포기한 가장 큰 요인도 전공의 진료거부였다. 당시 전국 전공의 1만5천여명 중 80% 이상이 진료거부에 동참해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정부는 손을 들었다.
4년 만에 재연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과 대치는 그야말로 한 선로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 열차의 모습이다. 의료계는 확전을 경고하고 있고, 정부는 의사 면허 박탈 등 엄정 대처를 강조한다. 예고한 충돌 시점까지도 임박했다. 만약 그대로 충돌한다면 그 사상(死傷)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 바로 국민의 몫이다. 전공의가 그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진료거부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인질로 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대의와 명분을 모두 잃는 일이다. 정부도 맞은 편 기관차의 폭주를 일단정지 시키는데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엄중 경고의 남발이 열차를 멈춰 세우지는 못한다. 전쟁 중이라도 작동해야 하는 것이 국가 응급의료시스템이다. 벌써부터 수술 차질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