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관련 (8)
19일 오후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2.1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각 언론의 지면과 뉴스마다 이미 피해를 입고 있거나 목전에 둔 환자들과 그 가족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차고 넘친다. 전공의들의 근무 거부가 시작된 날, 경기도 119구급대원들은 환자를 받아 줄 응급실을 찾아 2차, 3차 재이송하는 이른바 '뺑뺑이'를 치러야만 했다. 평소 30분가량 소요되는 환자 이송이 2~3시간씩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고, 그럴 때마다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야만 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시의료원에는 지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으로부터 환자 이송 요청이 잇따랐다. 긴급 개방한 분당의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엔 민간인 환자들이 속속 찾아들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의 근무 거부가 시작된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의사 2천명 증원을 과도하다고 하는 주장을 '허황된 음모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사태 첫날부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번에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 참모진으로부터 의료계 동향을 보고받은 자리에서는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에서 회자되는 말을 인용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에 임하는 윤 대통령의 결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해 국민 생명을 돌보는 의료현장에서 집단으로 이탈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와 다름 없다. 국민을 인질로 삼았다는 비난을 절대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의사협회 의장직을 지냈다는 이가 "의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행한 발언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아무리 정부의 강경 입장에 대한 반발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신의 말 그대로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지 않는가. 전공의의 근무 거부나 전 의사협회 의장의 이런 발언이 평소 국민을 대하는 의료계의 보편적 인식과 태도가 아닌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