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의원 면담 마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단식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을 면담한 뒤 나서고 있다. 2024.2.2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4월 총선 공천과 관련한 계파 갈등이 비명계 공천학살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비명횡사'라는 조어가 생길 정도의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갈등까지 노출되고 있다. 정당 공천에서 일정 부분의 잡음은 불가피하다. 국회의원 하위 평가나 공천배제(컷오프) 등의 평가에서 정량평가 뿐만이 아니라 정성평가의 항목 때문에도 그렇고 당 주류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 상황은 이러한 일상적 범위를 훨씬 넘는 노골적인 사천(私薦)의 양태를 띠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평가론,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쌍특검,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 호재 일색이었던 민주당 우위의 선거구도가 불과 10일 사이에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비명 인사들에 대한 상식 이하의 불이익과 친명계에 대한 단수추천,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친명 원외인사를 무리하게 배치하는 등의 친명계 심기에 몰입하는 공천 파열음 때문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당내 요구에 대해서도 "툭하면 당 대표를 그만두라고 한다. 그러면 1년 365일 당 대표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직 사퇴를 일축하고 정면돌파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 대표의 행태는 선거구도를 왜곡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지금의 '사천'논란과 무리한 공천이 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질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악수를 두는 이유는 설령 선거에서 지더라도 자신의 친위세력 위주로 진용을 짜야 사법 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 데서 연유한다는 합리적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공식 기구에서의 공천 논의 논란, 후보 여론조사의 부적절성, 하위 10% 평가의 공정성 등 숱한 문제가 야기되는 민주당의 현재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된다.

민주당이 이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이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나 당 대표 사퇴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제1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결국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선거에 지면 이 대표의 앞날도 없다. 지금이라도 이 대표는 2선 후퇴함으로써 당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