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공천 분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내 친명 세력과 친문 세력 간 갈등의 핵심으로 꼽혀왔던 임종석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탈락이 정점 같아 보인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임 전 실장의 공천 탈락이 확정 발표된 지난 27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고, 비명계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이 다음날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특히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당 대표를 연산군에 빗대며 "당이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말고도 순수한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의원만 박영순, 김영주, 이수진 의원 등 벌써 4명이나 된다.
4선의 비명계 좌장으로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의원의 경선 탈락 여부가 이제 마지막 남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이하에 해당하는 의원에 대해선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하는 규정을 마련해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 공천관리위는 이런 반발을 의식해 지난 27일 일단 홍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전략경선지역'으로 지정해 전략공관위로 넘겼다. 그럼에도 홍 의원의 경선 탈락이 기정사실화되면 비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집단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만큼 공천 갈등이 심하지 않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아주 놓을 형편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소위 '낙동강 벨트'의 탈환을 위해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중진들의 '희생'을 이끌어냄으로써 더불어민주당과의 초반 공천 싸움에서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단수후보와 경선 지역을 속속 발표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깔끔하지 못한 과정도 드러나 보인다. 인천 연수을 예비후보인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경선 참여자로 결정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전격 배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당의 이런 공천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들의 내부 만큼이나 불편하고 어수선하다. 저마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그냥 저들의 '하는 소리'로만 들린다. "양당이 벌이는 풍경은 가관"이라는 개혁신당의 논평이 맞춤이다. 개혁은 멀어졌고 그냥 진영 싸움인 선거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