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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에 정박중인 어선들. /경인일보DB
 

경인지역 어민들이 일출 이전과 일몰 이후 어선들의 항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강화도 남측과 영종도·영흥도 서측, 덕적도 인근 등 경인지역 해역 대부분에 대해 일몰부터 일출까지의 항행과 조업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일시적 조업 또는 항행제한구역'을 공고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어민은 1차로 경고를 받고, 이후에는 조업허가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항행제한은 해군과 해경의 국가 중요시설인 항만 방호와 우리 영해에 대한 경계 작전, 선박 안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이다.

본격적인 조업철을 앞두고 이 규정이 경인지역 어촌계의 큰 반발을 사는 이유는 최근 해군과 해경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항행 제한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소래어촌계 등 경인지역 어민들은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통상 어민들은 오전 1~2시 출항해서 해가 뜨기 전에 조업을 시작한다. 해가 떨어질 때에는 항구로 돌아와 잡은 어획물을 정리하고 다음 날 오전에 진행되는 경매에 내놓는다. 일몰 이후와 일출 이전 항행이 금지되면 조업 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인천시와 경기도 인근 해역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 일출·일몰 시간대에 맞춰 입출항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양수산부 측은 과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항행 제한 규정 관련 업무를 넘겨받은 것일 뿐 새로 만들어진 규제가 아니라면서 최근 해군과 해경의 단속 상황 등을 살펴보겠다고 해명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어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규정대로만 일몰 이후와 일출 이전 어선들의 항행을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어민들이 조업철에 손해를 감수하고도 해군과 해경의 통제에 최대한 따랐던 것은 생계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단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항행 제한 구역 규정을 원칙대로 시행하려면 어민들의 피해를 막을 합리적인 대안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 수십여 년간 이어진 조업 방식을 무작정 바꾸라고 어민들에게 강요해선 안 될 일이다. 만약 이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이참에 어민들과 머리를 맞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