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금 일억원 전달하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지난달 5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깜짝 놀랄 사내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들에게 한 명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외에도 최근 현금 지원 형식의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쌍방울그룹도 출산장려금을 자녀 수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주겠다고 발표했고, HD현대와 현대자동차는 출산축하금과 바우처를 통한 출산 지원 강화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둘째 1천만원, 셋째 2천만원, 넷째 자녀에게 3천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주고, 난임 부부에게는 시술비를 회당 300만원씩 횟수 제한 없이 지급한다.

그런데 이렇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출산장려금엔 막대한 세금이 붙는다. 연봉 5천만원인 직원이 출산지원금 1억원을 받으면 3천여만원의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현행 세법상 6세 이하의 자녀에게 회사가 지원한 출산과 양육지원금의 경우 월 20만원까지만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증여 형식으로 주게 되면 근로자의 세 부담은 1천만원으로 낮아지나 기업은 2천100만원을 법인세로 내야 한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화답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5일 발표한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개편안이 그 결과물이다. 기업이 직원 또는 가족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최대 2회까지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일부 대기업 재직자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천38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3%에 불과했다. 총신고액은 3천207억원으로 1인당 평균 67만9천원에 그쳤다. 당시 비과세 한도인 12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할 의지가 있어도 자금 사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기업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근로자를 위해 별도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출산율이 마침내 0.65명까지 떨어진 국가 존립의 위기 속에서 자칫 근로자들의 출산격차까지 덮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