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신상을 불특정 다수에 공개해 괴롭히는 이른바 '좌표 찍기'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최근 유명을 달리했다. 김포한강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긴급보수 공사로 불편을 겪은 운전자들이 인터넷카페에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민원이 폭주했다. 결국 공무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공무상 사망을 신청한 일반직 공무원은 17명에 달한다. '좌표 찍기'는 물론이고, 국민을 위해 강화된 민원처리 의무를 악용해 정보공개청구를 공무원 괴롭히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의 악성 민원이 공무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그럼에도 순직을 인정받은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2022년 9월 숨진 인천 부평구보건소 고(故) 천○○ 주무관의 사례를 보면, 정신건강 전문가·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원인조사위원회의 6개월여간의 활동 끝에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내 가까스로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같은해 8월 하남시 미사3동 행정복지센터의 한 30대 여직원도 대민업무 등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으나, 그가 사망한 지 1년이 넘은 2023년 9월에서야 진상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공무 중에 발생한 민원인과의 갈등이 사망의 원인이어도 법적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악성 민원이나 악의적인 공무원 괴롭힘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기초지자체나 학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적극적인 대응', '재발 방지'를 외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악성 민원 관련 법적 대응을 총괄하는 부서를 지정하고 민원 처리 담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령이 다듬어졌지만 악성 민원이 발생한 이후 대응방안이지, 예방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결국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해서는 공무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악질 민원에 대한 법적 제재가 미흡하니 죄의식 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악성 민원이 잘못됐다는 사회적 인식을 보다 강하게 줄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공무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함께 나와야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