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전자담배 박람회도 무산

성인대상 행사에 지자체 질색

“시민정서” “개입 안돼” 이견

성인페스티벌이 수원에 이어 파주에서도 행사 장소 대관 계약이 취소됐다. 앞서 지난해 일산에서 논란이 됐던 전자담배 박람회 역시 오는 5월 수원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다가 취소되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4일 성인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이하 KXF)’의 주최사 플레이조커는 공식 SNS를 통해 파주 문산읍에 위치한 ‘케이아트 스튜디오’로 개최 장소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해당 장소는 넷플릭스 등 영화 콘텐츠 촬영지로 인근 2㎞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교육환경보호구역에는 속하지 않는다.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경기여성단체연합 등이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경기여성단체연합 등이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경인일보DB

그러나 장소를 변경해 재개된 KXF는 하루 만에 다시 무산됐다. 지자체에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날 장소 변경 소식을 접한 파주시는 5일 오전 ‘성인페스티벌 개최 관련 파주시 입장문’을 내고 결사반대의 뜻을 밝혔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해당 입장문에서 “수원에서 무산된 성인페스티벌이 파주에서 개최되는 것을 파주시민들이 함께 막아달라”며 “파주시는 가용 가능한 행정력을 동원해 개최를 막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후 관계 부서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파주시의 이러한 행보에 대관사 케이아트 스튜디오는 이날 오후 플레이조커 측에 대관 계약 취소를 알렸다. KXF는 수원 메쎄에 이어 또다시 개최 장소 미정으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는 “개최 장소를 공개할 때 당연히 파주시 역시 반발할 것을 예상했다”며 “대체 장소는 이미 더 정해둔 곳이 있으며, 지자체 반발을 고려한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원에서 5월 17일부터 19일까지로 개최가 예정됐던 전자담배박람회 ‘KOVAS 2024(이하 KOVAS)’ 역시 취소를 결정했다. KOVAS 또한 KXF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일본 성인물 배우를 섭외해 팬 사인회 이벤트를 열어 선전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아무리 성인을 대상으로 한정한 행사라고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반하는 행사는 개최되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다만 이 같은 지자체들의 행보가 행정력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민간 행사에 지자체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지금 상황은 다소 우려스럽다”며 “행정당국은 여론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위법성 여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