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사와 소통 거부한 태도 아쉬워

“다수 민원 발생한 상황에 불가피”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 포스터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 포스터

성인페스티벌은 행정 당국엔 전례 없는 충격이었다. 대체 장소가 공개될 때마다 관할 지자체에선 비상이 걸렸고, 행사가 옮겨간 지자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처럼 보였다.

실제로 성인페스티벌은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 꾸준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 2월 수원 메쎄에서 개최 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수원 지역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수원 메쎄 인근 주민들과 학교 학부모 단체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다. 지난 16일 행사 장소가 강남구로 옮겨지자 18일 강남구청 홈페이지 내 구민의견 게시판에는 ‘타 지자체에서 무산된 성인페스티벌을 강남구가 못 막는다면 지자체장의 무능’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포함한 300여건의 KXF 개최 반대 글이 올라왔다.

이런 여론이 형성되자 수원시와 파주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강남구청 등은 모두 ‘행정력 총동원을 통한 저지’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여론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29일 ‘교육환경 보호법’을 들어 KXF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파주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에 어긋난 행사라고 주장했고,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13일 ‘하천법’과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 강남구청은 18일 ‘식품위생법’ 위반을 주장했다.

12일 오후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경기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제116주년 3.8세계여성의 날 및 제20회 경기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3.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12일 오후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경기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제116주년 3.8세계여성의 날 및 제20회 경기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3.1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KXF의 주최사 플레이조커는 이러한 지자체의 행동들이 국민권리의 제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행사에 대해 위법성을 먼저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성급한 행정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엔 사후 집행이 맞지만, 이번 행사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민원 등이 다수 발생한 시급한 상황이다 보니 적극 행정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행사 저지 과정에서 앞선 지자체 모두 주최사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대관사와 논의를 진행한 측면도 대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행사 승인의 주체가 지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주최사에 연락하는 것이 오히려 압박으로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행사 저지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도 거센 가운데 주최사 플레이조커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며 해당 결정의 정당성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예정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은 “사회·문화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도덕적인 성 관념 문제를 지자체들이 행정력에 적용했다”며 “향후 행정당국은 주최 측에 손해배상 책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