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간’ 첫 국제 협력기획전, 내달 4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공간 ‘블룸’ 변지수 기획
짧은 순간의 시각적·기술적 오류 ‘글리치’ 주제
국내외 작가 6명, 일상사물과 예술 접목 선봬

인천 중구 ‘임시공간(space imsi)’에서 국제 교류·협력 기획 전시 ‘우리는 가끔 글리치 한다’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독립예술공간 ‘블룸’(Bloom)을 운영하는 변지수 기획자가 임시공간과 협력해 기획했습니다. 변지수 기획자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작가들과 함께 특정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는 컴퓨터 게임과 프로그래머 사이에서 흔히 사용하는 ‘글리치’(Glitch)란 용어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글리치는 짧은 순간 일어나는 기술적, 시각적 오류를 일컫는데요. 우리가 어떠한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갑자기 화면이 정지하거나 화면 픽셀이 깨지는 현상을 떠올리면 글리치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기획자는 글리치의 특징을 “파악하기 어려운, 그렇기에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 순간적인 변형”이라고 설명하면서 일상적 사물을 예술과 접목한 예술가 6명의 시선으로 연결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 6명은 김수환(한국), 류재성(한국), 브렘벡 토비아스(독일), 웨르트 엘자(프랑스), 쾰러스 미히엘(벨기에), 클로스키 클로드(프랑스)입니다.
기획자 설명에 따르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흔히 말하는 ‘하이아트’(High Art)와 대중문화를 혼합하고, 일상 사물을 예술에 접목시켜 예상치 못한 변형과 시선을 야기합니다. 글리치처럼 말이죠. 전시에선 동시대를 사는 국내외 작가들의 회화, 드로잉, 콜라주, 설치, 영상, 사운드 작업을 함께 보여주네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볼까요. 전시장 바깥쪽 벽면과 그 바로 뒤에 있는 벽면(안쪽)에 웨르트 엘자의 작품 ‘블라인드 스마일’이 설치돼 있습니다. ‘보통의 사물’을 예술 작업으로 편입시키는 웨르트 엘자는 전선, 사슬 등 여러 가지의 물건을 노란색 벽 바탕에 부착했는데요. 이모티콘의 웃는 입 모양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옆으로 쭉 찢어지기도, 엷고 얕은, 일그러진 형태 등 다양한 모습의 웃음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쾰러스 미히엘은 회화 작업에 그리드(격자무늬 또는 격자판)나 일정한 무늬를 바탕으로 회화적 터치를 하거나 만화·캐릭터 등에서 따온 모티브를 추상 작업에 접목합니다. 류재성은 평면 회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 공사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PVC 타포린을 사용하는 등 실험적 접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발생한 흔적에 작가의 해석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글리치란 단어와 가장 맞닿아 있다고 기획자는 설명합니다.
브렘벡 토비아스는 사진 역사책에서 복사한 ‘레뷰 걸스’의 이미지에 수채, 유화,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더해 재해석했습니다. 독일의 레뷰 걸스는 영국의 ‘틸러 걸스’와 유사하죠. 김수환은 드로잉 작업 시리즈 ‘월드 나우’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묘사합니다. 클로스키 클로드는 AI(인공지능)을 예술에 편입시키려 합니다. 그는 챗GPT에게 웃기는 이야기를 해 달라는 명령을 내려 이를 ‘챗GPT와의 문답’이란 작업으로 완성했네요.
변지수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 안에서 잠시나마의 오류와 이탈이 갖는 가능성과 가치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합니다. 이번 전시는 내달 4일까지 이어집니다.

2016년 9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프로젝트 공간으로 시작한 임시공간은 올해로 8년차를 맞아 로컬 큐레이팅 확장을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인천 미술 씬이 인천 안에서만 머물고 있어 협소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하네요.
임시공간 채은영 디렉터는 “그동안 국내 작가 전시와 지역 리서치를 중심으로 공간을 운영했는데, 8년차에 접어들면서 외연 확장을 고민한다는 차원으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앞으로 독일 뒤셀도르프를 포함해 유럽, 대만 등지에서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