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이 2차 회동 종료… 결렬 우려도

“각 의제에 대한 검토의견을 달라”(민주당) VS “각론에 답하기 보다는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위한 2차 준비회동이 합의된 내용없이 종료됐다.
대통령실에서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민주당에서 천준호 당대표실 비서실장과 권혁기 당대표실 정무기획실장 등 4인은 25일 여의도 모처에서 두번째로 만나 40여분간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먼저 브리핑에 나선 이재명 대표 측 천준호 실장은 여러차례 반복해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국회 기자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저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한 대통 검토의견 기대하고 회의를 했는데, 검토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1차 회동에서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의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검토 의견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천 실장은 “(대통령 측은) 제시한 의제에 대한 종합적인 생각을 말씀해주셨고, 회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말씀을 나눴다”면서 “(그래서 민주당측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에서 성과있는 회담이 되기 위해 긍·부정이든, 어느정도 수준이든, 각 의제에 대한 사전검토 의견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설득을 좀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항의 수준이었다고도 귀띔했다.
대통령실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실 기자브리핑에서 “의제에 제한두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도록 자유로운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쪽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하신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저희는 구체적인 제안에, 각론에 답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말로 답변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회담 안건에 대한 구체적 사전 의견 교환을 원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열어놓고 대화하자고 한 것으로 읽힌다.
홍 수석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만남은 시급한 민생을 비롯해 국정의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했다. 천 실장이 ‘성과 있는 회담’을 강조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또 홍 수석은 “윤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든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이 대표 또한 총선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형식과 조건 등에 구애받지 않고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고 다양한 대화를 하라는 국민의 의견과 일치한다. 이런 내용을 야당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도 했다.
천 실장은 민주당 입장을 설득하고, 홍 수석은 대통령실 입장을 주장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홍 수석은 ‘국회법 위반’ 등을 우려하며 법적인 문제로 민주당의 ‘안건에 대한 구체적 의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결국 양측이 ‘내 방식’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대통령의 방식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에서 택일해야 하는 입장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천 실장은 “대통령실의 입장을 당 지도부와 공유하고 이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 실장은 영수회담을 하지 않는 것이 선택지에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성과있는 회담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요구를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실이 검토 답변을 추가로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대통령실 홍 수석은 자신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회담에 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홍 수석은 “이재명 대표께서 이른바 민생현안 국정현안에 대해서 기탄없는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걸 경청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서시면 된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결과에 따라서 여당 야당 그리고 대통령실에서 할 일이 나온다면 정책적으로든 후속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첫 만남의 의미가 오히려 저희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영수회담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