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시에 전입 신고하면서 '한국형 제시카법'이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조두순, 박병화, 김근식 등 강력 성범죄자들의 출소에 맞춰 거주 지역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에 따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21대 국회에 대표적인 법안으로 추진했다.
당시 법안에는 거주지 제한대상을 13세 미만의 아동과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들로 구분했다.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인데, 법원은 대상자 거주지인 시·도내의 국가 지자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해야 한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로 지난해 10월 해당 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이후 헌법상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멈췄다. 이 법안들은 오는 29일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시에 최근 전입을 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원시민들이 불안감을 잇따라 호소하고 있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2022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에 입주해 거주해오다 이달 14일 수원시로 전입 신고했다.
이에 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 법무부는 16일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청원경찰 추가와 거주지 주변 초소 설치 등 24시간 박병화를 감시한다고 대응 계획을 밝혔지만,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 후 지역으로 전입 신고할 때마다 겪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심각하다.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력 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도 바로 지금일 것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의 입법은 여론의 호응과 여야 공감대로 22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끔찍한 성범죄에 대한 터무니 없는 온정적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가중처벌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중대 성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로 출소 범죄자 거주지 제한 부담을 덜어주고, 법무부는 인권에 입각해 출소자 격리와 교화 방식을 세밀하게 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