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초대… 다양성 공유… 되새긴 연대
선택된 폐막작 '쎄이 썸띵'·'없는산'
관객들 '이민자·잊힌존재' 높은 관심
작년보다 출품 2배… 국제 위상 공고

이민 온 미국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한국인 고등학생('쎄이 썸띵'), 독일 성소수자 럭비팀에 입단한 자메이카인('아웃사이드 센터'), 중국계 코스타리카 이민자의 후손('구이안'), 여성 육군 대위와 남성 탈북민의 청춘 연애담('되돌리기'), 미군 위안부라 불린 기지촌 여성들('없는 산'), 해녀가 되고 싶은 결혼이주여성('숨비소리'), 벨기에에서 정착했다가 결혼을 앞두고 고향인 아프리카 콩고를 찾은 남성('예언')….
지난 21일 오후 인천 애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올해 호명한 물리적·정서적 디아스포라들의 일부다.
열두 번째 디아스포라영화제는 29개국 75편의 상영작을 통해 이산·이주라는 디아스포라의 본래 의미를 비롯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만연한 혐오와 차별, 그 극단적 결과인 전쟁으로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초대하고 환대했다. 시민·관객과 함께 다양성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겼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올해 개막작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를 선정함으로써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뜻(5월20일자 11면 보도)을 보여줬다. 관객들의 현장 투표로 선정된 폐막작 '쎄이 썸띵'과 '없는 산'은 소외된 이민자나 잊힌 존재들과의 소통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영화제 자문위원이자 한국에 '디아스포라'를 널리 알린 재일조선인 학자 고(故) 서경식(1951~2023) 선생을 추모하는 프로그램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는 생전 그가 영화제에서 상영하고자 선정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경식 선생의 파트너이자 음악가 후나하시 유코가 방한해 특별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지난 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 개막식을 시작으로 인천아트플랫폼, 애관극장, 한중문화관 등지에서 개최했다. 객원 프로그래머인 옥자연 배우와 조해진 작가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고 이야기를 나눈 '디아스포라의 눈', 이주민들의 영화 제작 워크숍 '영화, 소란',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블록버스터 영화를 야외에서 상영한 '시네마 피크닉' 등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모아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에서 소개한 '보더리스 시네마' 전시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영화제 기간 '환대의 광장'으로 이름 지은 인천아트플랫폼 광장에선 다문화 합창단과 인디음악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친 '디아스테이지'가 이어졌다.
디아스포라영화제 사무국은 올해 영화제 사전 예매율이 지난해보다 약 70% 늘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파보리텐', '알제리 전투' 등은 매진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출품작 또한 지난해보다 2배에 달해 국제영화제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는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시영상위원회가 주관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주요 재원인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을 전국적으로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옛 무지개다리 사업)은 12년 전 제1회 디아스포라영화제를 태동하게 했는데, 12년을 거치며 탄탄해진 영화제에 힘을 빼는 결과를 낳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