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의 각종 법률 제정을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어코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아가려는 야권의 대결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빚어내고 있다. 양자 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구 청원과 관련한 일련의 청문회가 그 전장이 될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취임 후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15번째 법안이다. 야당이 자신의 거부권 행사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인을 했다. 이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의 재표결에서도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이 다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처리했다. 재발의 법안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은 물론 파생된 관련 사안을 모두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고,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넓혀 수위를 더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사위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대한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100만명을 넘어선 국회 청원이 근거다.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오는 19일 채 상병 특검 관련 청문회와 26일 김건희 여사 관련 청문회를 각각 열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탄핵의 명분을 쌓아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탄핵의 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을 탄핵 예비절차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지만 제 집안일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당이 권력을 노리고, 이에 맞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정치적 상식이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데에서 한국 정치의 낙후성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국면 조성이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인지 아무도 묻는 이 없다. 그저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면서 크고 작은 권력의 쟁취와 유지에만 급급해 하는 정치권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