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공연예술 분야의 국가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은 예상을 뛰어넘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을 버텨내지 못하고 생계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코로나는 무형문화재의 명맥을 잇는 이들에게서 전통문화예술을 뽐낼 공연과 기량을 겨룰 경연대회는커녕 모여 연습할 시간도 앗아갔다.

평생 한 길만 가도 우리 전통문화를 오롯이 계승하기 어렵다. 정해진 연습 시간을 채우지 못해 전승지원금 지급이 끊기자 단순 노무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실정이다.

게다가 20~30대 젊은 전승자들이 단체를 떠나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고령화까지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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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평택농악 인간문화재 김용래 옹. 2022.9.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공연·경연은커녕 연습 시간 부족
전승지원금 지급 끊겨 살 길 막막

농악으로 도내에서 유일한 국가 무형문화재인 평택농악보존회는 경기·서울·인천·충청·강원 등을 통칭하는 웃다리농악의 본거지로 젊고 유능한 농악인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찾아온 청년들은 평택농악의 화려한 상모놀이를 'K-비보잉'이라고 홍보하며 국가 무형문화재 계승에 힘썼다.

평택농악보존회의 정식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상임과 비상임 모두 44명이지만, 코로나19를 겪은 뒤 연락이 닿는 회원은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국가 무형문화재 11-2호 평택농악 유일 보유자인 김용래 옹은 2년 전 '농악인생 토크 콘서트'를 관객 없이 비대면으로 열었다. 관객 없는 곳에서의 공연은 그의 농악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는 모든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타 지역 무형문화재 단체와의 교류와 전승 공연에도 항상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시기를 조정한다'는 단서가 붙어 연기하거나 전면 취소됐다.

올해 들어 감염병 확산세가 잠잠해지면서 공연 요청이 근근이 들어오고 있으나 그럴싸한 놀이마당을 꾸밀 수 있을 만큼 회원들이 모이지 않는다. 대형 버스를 빌려 전국 팔도를 다녔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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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김정우 명창. 2022.9.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단순노무직 아르바이트 뛰어들어
반토막 난 회원들… 고령화 '가속'

평택농악 전승교육사인 조한숙(61) 보존회장은 "코로나19 이후 3년 간 경연대회, 축제 등 대부분 공연이 끊기고 강습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연락이 닿는 회원들이 반 토막 났다"며 "대부분 어려서부터 농악만 익혔기 때문에 사무직으로 취업했다는 소식은 없고 택배, 물류센터, 현장직으로 일한다더라"고 말했다.

농악과 함께 대표적인 전통 공연예술인 경기민요도 떠나간 전승자들을 어떻게 불러 모을 지 고민이다. 국가 무형문화재 57호(경기민요) 이수자 김정우(64) 명창은 1997년 수원 매교동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장소를 옮겨가며 운영한 교습소 폐업을 고려했다고 한다.

김 명창은 "학교에서 노래 잘하는 여자 아이들이 우리 국악을 하겠다고 찾아와 대학도 보내고 전문 소리꾼으로 키우기도 했는데, 모이지 못하고 공연도 끊겨 암흑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코로나로 나라에서 나온 돈도 3년 합쳐 프리랜서 고용지원금 300만원 뿐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관련기사 3면([코로나 그늘, 무형문화재·(中)] 연습시간 엄수해야 지원금… "조례가 어불성설" 황당한 명인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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