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좋아 시작한 일, 이젠 즐기면서 하고 있죠"


지역사회 일 참여, 이웃추천으로 시작
복지 사각지대 발견 등 최일선 활약
먹거리장터 수익 불우이웃 기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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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의정부 장암동에서 통장직을 수행하면서 자원봉사와 지역사회 활동에 앞장선 강정남 통장협의회장이 이웃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며 웃고 있다. 2024.10.24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도시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지역마다 통장 구하기가 어렵다는 요즘. 수시로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챙기고 봉사와 궂은 일에 앞장서면서 통장직을 18년째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의정부 장암동에 있다.

강정남 의정부 장암동 통장협의회장이 지역사회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06년 새로 이사온 장암동에서 한 이웃이 '통장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추천을 한 것이 계기다. 처음엔 통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아 나섰다는 그는 이젠 동네 일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지역의 일꾼이 됐다.

강 회장은 "남편의 이직과 함께 이사해 정착하게 된 의정부는 나의 제2의 고향"이라며 "원도봉산, 수락산이 가깝고 매일 중랑천을 걸을 수 있는 환경은 물론, 가족같이 매일 함께하는 이웃이 있어 의정부에서의 삶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통장이 하는 일은 적지 않다. 매월 사전반상회에 참석해 지역 소식을 듣고 전하는 창구가 되고 쓰레기 문제나 무단 방치 차량 같은 주민 불편사항을 수시로 점검해 시에 건의하기도 한다. 장마를 앞두면 빗물받이 대청소를 하고 폭설이 내리면 제설작업에 참여한다. 해마다 열리는 김장행사, 사랑나눔 바자회 같은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도 통장의 역할이다. 강 회장의 경우 개인적으로 수 년째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또 강 회장을 비롯한 각 동 통장들은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주민들을 챙기는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픈 주민이 생기면 먼저 달려가 살피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첨병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것"이라며 "활동하면서 이웃들 만나는 것이 즐겁고,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다 보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함께 활동하는 통장 '언니들'과 마음이 잘 맞는 편인데 언니들과 서로를 위하면서 뭐든 하다보면 봉사라기보단 마치 노는 것처럼 즐기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이 이끄는 통장협의회는 최근 중랑천 발물쉼터에서 열린 메밀꽃축제에서 나눔·먹거리장터를 운영해 이른바 대박을 쳤다. 전날부터 재료와 물품을 준비해 장터를 운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준비한 모든 음식을 팔고 수익을 낸 것. 협의회는 장터 운영으로 얻은 기금은 모두 불우이웃을 위해 기탁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지역에서 열린 작지 않은 규모의 행사였는데 통장협의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뜨거운 반응을 받으니 정말 기뻤다"며 "앞으로도 이웃들과 오손도손 어울리며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고 가꾸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