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속 ‘경제통’ 이미지 부각… 김동연, 인천공항 출사표

車 부품 관세 대응 2박 4일간 출장

김경수 회동 등 비명계 결집 계속

“직 사퇴 없이 경선” 비판 여론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5.4.4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5.4.4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미국에 간다. 뜬금없는 미국행에 정치권은 물론 경기도 내부에서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인데, 미국행에는 플랜B에서 A가 되기 위한 김동연 지사의 대선 전략이 숨어 있다.

■ 관세 전쟁 속 ‘경제통’ 이미지 부각

8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9일 오전 9시 미국 출장길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번 미국 방문은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출장이다. 김 지사는 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동안 미국 자동차 완성차 3대 회사(GM·포드·스텔란티스) 소재지인 미시간주에 머무르며 ‘관세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도 김 지사는 지난 2023년 미국에서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간주지사를 만나 혁신동맹을 제안했고 휘트머 주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도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날 김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이 공멸할지도 모르는 전대미문의 위기”라며 “그런데 정부는,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간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해 왔던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로 ‘트럼프發 관세 리스크’ 대응을 하며, 현 국내 경제상황에 대응할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싶은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비명계 결집

계엄령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경제마저 혼란해진 상황 속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 측은 출마 선언 시기 및 장소를 두고 ‘국민통합’의 키워드를 표현해줄 장소, 민생경제 현장 등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미국 출장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결국 본격적인 당내 경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 짧은 일정으로라도 미국을 방문해 경제 대응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비명계 결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도 회동하며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모처에서 만나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지사는 “단식농성 때 여러 차례 찾아와 주셔서 감사했고 큰 격려가 됐다”고 전했으며 김 지사는 “내란종식에 온몸으로 앞장서 주신 김 전 지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대선은 내란종식을 넘어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를 통해 새로운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정 공백 불가피…경기도 떠난 출마선언 비판도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4월 도정열린회의를 열고 “내일 공항에서 짧게 트럼프 관세 문제 대응을 위한 출국 인사와 출마선언을 하려고 한다”며 “지사직을 갖고 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도정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일을 해달라는 부탁말씀을 드린다. 필요한 의사결정이 있으면 김성중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사퇴없는 경선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사퇴한다는 의미다.

현직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에 도전하는 데 대한 비판여론도 있다. 김 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경기도의회 등에 “대선에 도전하더라도 도정엔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