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속 ‘경제통’ 이미지 부각… 김동연, 인천공항 출사표
車 부품 관세 대응 2박 4일간 출장
김경수 회동 등 비명계 결집 계속
“직 사퇴 없이 경선” 비판 여론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미국에 간다. 뜬금없는 미국행에 정치권은 물론 경기도 내부에서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인데, 미국행에는 플랜B에서 A가 되기 위한 김동연 지사의 대선 전략이 숨어 있다.
■ 관세 전쟁 속 ‘경제통’ 이미지 부각
8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9일 오전 9시 미국 출장길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번 미국 방문은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출장이다. 김 지사는 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동안 미국 자동차 완성차 3대 회사(GM·포드·스텔란티스) 소재지인 미시간주에 머무르며 ‘관세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도 김 지사는 지난 2023년 미국에서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간주지사를 만나 혁신동맹을 제안했고 휘트머 주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도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날 김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이 공멸할지도 모르는 전대미문의 위기”라며 “그런데 정부는,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간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해 왔던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로 ‘트럼프發 관세 리스크’ 대응을 하며, 현 국내 경제상황에 대응할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싶은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비명계 결집
계엄령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경제마저 혼란해진 상황 속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 측은 출마 선언 시기 및 장소를 두고 ‘국민통합’의 키워드를 표현해줄 장소, 민생경제 현장 등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미국 출장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결국 본격적인 당내 경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 짧은 일정으로라도 미국을 방문해 경제 대응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비명계 결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도 회동하며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모처에서 만나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지사는 “단식농성 때 여러 차례 찾아와 주셔서 감사했고 큰 격려가 됐다”고 전했으며 김 지사는 “내란종식에 온몸으로 앞장서 주신 김 전 지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대선은 내란종식을 넘어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를 통해 새로운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정 공백 불가피…경기도 떠난 출마선언 비판도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4월 도정열린회의를 열고 “내일 공항에서 짧게 트럼프 관세 문제 대응을 위한 출국 인사와 출마선언을 하려고 한다”며 “지사직을 갖고 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도정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일을 해달라는 부탁말씀을 드린다. 필요한 의사결정이 있으면 김성중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사퇴없는 경선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사퇴한다는 의미다.
현직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에 도전하는 데 대한 비판여론도 있다. 김 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경기도의회 등에 “대선에 도전하더라도 도정엔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