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거리 현수막 이미 한계

상대 정당 비난하고 흠집 잡아

어린이·청소년들 정신건강 해쳐

이런 행태,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어

법개정 통해 부작용 바로잡아야

전재학 前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前 인천 산곡남중 교장

요즘 거리를 나서기가 매우 불편하다. 아니 솔직히 이렇게 왕짜증을 유발할 수 있을까? 규정에 의해 허용된 공간은 물론이고 곳곳에 비집고 들어갈 틈만 생기면 내다 거는 정당 현수막은 그 난립 상황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볼썽사나운 과도한 행태는 차치하고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정치적 홍보나 계도를 가장해 상대 정당을 비난하고 흠집을 잡아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저급하고 얄팍한 목적을 누구나 즉시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보고 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오염시키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정당 현수막에 관한 법률 규정(2024년 1월 개정)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에 정해진 허가·신고, 금지·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의 규정에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온통 자극적인 표현의 거리 현수막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정당은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경우 더 많은 보조금을 가져간다. 따라서 거리 현수막에는 정당의 이익 추구만이 난무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하듯이 정도를 넘어 이제는 거의 무법천지 상태이다.

정당 현수막이 국민으로 하여금 심한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 자체로 법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옥외광고물법에서는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은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정당 현수막에서 상대 당이나 개인을 비난하는 저급한 표현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를 보고 배울까 두렵기만 하다.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오염시키는 행태를 용인할 것인가?

길거리의 정당 현수막에는 거의 가려진 상태나 작은 글씨로 상하단의 공간을 이용해 표기한 유통기간을 찾아볼 수 있다. 규정상 15일의 기간으로 명시돼 있는데 상당수가 기간이 지나도 이를 철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해당 정당에 관리 부실과 불법적 행태에 항의 전화를 할라치면 도무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관할 구청이나 시청 민원실에 전화를 해도 즉각 시정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민원이 무시되는 꼴이다.

현재 정당 현수막을 옥외광고물법의 예외로 둔 것은 완전한 정치 기득권 사수의 입법 행위다. 국회의원들은 거리 현수막을 지역구 최고의 홍보 수단으로 여긴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알리는 데 거리 현수막보다 효과적인 게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 법의 예외 조항을 만들어 합법화하는 계책을 도모했다. 당연히 정당 현수막을 없애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철저히 귀를 닫고 있다. 법 규정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속수무책이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각종 정당의 현수막,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최근 서울의 어느 지자체에서는 ‘스마트한 정당현수막 관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접속해 현수막의 위치, 정당명, 설치 기간 등을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또한 설치 기한과 설치 개수 제한 여부를 자동으로 분석해 위반 여부를 즉시 파악하고, 필요시 정비를 바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이는 담당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내어 별도 예산 없이 시스템을 직접 개발함에 따라 예산 절감과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경우라 할 것이다.

국민은 말한다.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상태를 용인할 수 없다고. 세밀한 법 개정을 통해 정당의 부정적 이미지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미화 측면에서나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교육적 측면에서나 지금의 정당 현수막의 난립은 이제 그 부작용을 철저히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

/전재학 前 인천 산곡남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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