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어떤 장애든 ‘보호자 동반’ 규정

“돌발행동 없어도 금한다면 심각한 차별”

지적장애인이 보호자 없인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못하게 한 것은 차별 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보호자 동승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교통약자지원센터 한아름콜. /경인일보DB
지적장애인이 보호자 없인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못하게 한 것은 차별 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보호자 동승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교통약자지원센터 한아름콜. /경인일보DB

안양시에 사는 시각장애인 이상수(54)씨는 저녁 약속에 나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교통약자 이동 지원 차량)를 호출했지만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콜택시에 함께 탑승할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호자 역할을 하는 활동지원사는 이미 퇴근한 뒤였고, 결국 이 씨는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친구가 집 앞으로 데리러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운영 지침상 보호자 없이는 장애인 혼자 콜택시에 탈 수 없다더라”며 “활동지원사가 퇴근하는 6시 이후엔 사실상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적장애인이 보호자 없인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못하게 한 것은 차별 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보호자 동승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정하정 부장판사)는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지적·자폐·정신장애를 가진 장애인은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단독 탑승을 거부당했다며,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헌법상 자기결정권, 선택권, 이동권이 있 장애인 콜택시에 단독 탑승해 이동할 권리를 가진다”며 “공단이 탑승제한 조치한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조항에 따라 차별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들로서는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탑승제한 조치한 것으로 보인 점은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설공단은 ‘도로교통을 이용할 때 타인의 지속적인 보호관찰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경우 단독탑승을 허용한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관계 없이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 서비스 표준지침은 ‘교통수단에 보호자 동반 탑승이 필수지만, 동의서 제출 시 센터 판단을 통해 단독으로 탑승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적·정신 장애에 한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앞선 판결로 차별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화성·부천 등 시군은 해당 이용자가 차량을 이용할 때 보호자 동승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규정이 모호한 탓에 일부 시군은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없는 장애인마저 보호자 없인 이용을 금하고 있다. 안양시는 모든 이용자가 보호자 동반 하에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했으며, 수원시도 같은 조건으로 보호자 동의서 제출 하에 단독 탑승이 가능하게 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돌발행동 등 위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시각장애인마저 혼자선 이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수준의 차별”이라며 “모든 장애인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시선에서 비롯된 행정 편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애매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명확하게 시정할 계획”이라며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난 것에 관해선 광역이동센터와 관련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