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일가자’ 양질의 일감 있지만

30대와 달리 구직앱 모르는 50~60대

모집 줄어도 마감 끝나도 ‘사무소 대기’

24일 성남시의 한 인력사무소에 구직을 기다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다.2025.4.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24일 성남시의 한 인력사무소에 구직을 기다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다.2025.4.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인력 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구직 애플리케이션도 단체 메신저도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새벽에 골목에서 줄을 서며 일거리가 있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형편이다.

3일 오전 4시 성남시 태평역 인근 인력사무소 밀집 골목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출근 도장을 찍었다. 사무소 마다 열댓 명씩 많게는 스무 명 넘게 인부들이 앉아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녹이며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가까운 용인부터 멀게는 충청남도 천안까지 일자리가 나왔지만 누구 하나 마다치 않고 모두 자원해 이름을 적었다.

날씨는 풀렸지만 인력 시장은 미처 풀리지 못했다. 장기화 된 건설 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전년 대비 3분의 1이나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 사무소의 설명이다. 한 사무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 3~40명씩도 데려가는데 올해는 1월부터 심상치 않더니 계속 10자리 미만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마다 담배를 태우고 커피를 마시며 사무소에서 대기하는 동안 비교적 젊은 나잇대 노동자들은 연신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노동자는 구직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벼룩시장’, ‘일가자’, ‘일다오’ 등 여러 구직 앱에선 당일 인력을 구하는 일자리들이 지역별, 업종별로 올라와 있었다. 작업에 대한 상세 요강과 근무조건 등이 명기돼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도 쉬웠다.

오전 5시가 넘어가자 오늘의 일자리 모집 정원은 마감됐다. 사무소 간판의 불이 꺼지고 구직을 성공한 사람은 하나 둘 현장으로 승합차를 타고 떠났고,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씁쓸함만 남긴 채 돌아가거나 혹시 모를 자리가 또 나올까 초조한 마음으로 사무소에 남아 기다리고 있었다.

남겨진 인부는 대부분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중장년층 노동자였다. 이들에게 구직 앱을 아느냐고 묻자 처음 들어본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사무소가 마감한 시각까지 구직 앱에는 아직 사람을 구하고 있는 자리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인력 시장도 점차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장년 노동자에게 이러한 변화는 아직 높은 문턱이다. 60대 노동자 권모 씨는 “누가 예전에 그런 게(구직 앱) 있다고 알려줘서 해본 적이 있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외국 애들(이주 노동자)도 자기들끼리 단체 메신저방을 만들어 구직 정보를 공유하는데 우린 그런 것도 없어서 날마다 (사무소)에 나온다”고 말했다.

3일 성남시의 한 인력사무소 앞 도로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가는 승합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5.5.3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3일 성남시의 한 인력사무소 앞 도로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가는 승합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5.5.3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3일 성남시 인력사무소 골목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돌아가고있다. 2025.5.3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3일 성남시 인력사무소 골목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돌아가고있다. 2025.5.3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