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성수기에도 열리지 않는 손님 지갑

현장 딜러 “중고 전기차 가격 지금이 바닥”

수원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전시된 중고 전기차.2025.5.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수원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전시된 중고 전기차.2025.5.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경제 성장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중고 전기차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속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향후 중고 전기차 업계의 입지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4일 오전 수원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주행거리 10만㎞ 이하 기준 2021년식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중고 가격은 평균 3천만 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전기차를 찾자, 2천만원 중반대인 기아 니로 EV와 현대 코나 일렉트릭이 추천됐다.

현장에서 만난 딜러들은 입을 모아 “중고 전기차 가격은 지금 바닥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판매 경력 12년의 한 딜러는 “봄철은 통상 중고차 성수기지만 손님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나오는 매물은 전년보다 100만~200만 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무사고·주행거리 6만㎞·2022년식)의 시세는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아이오닉5는 전월 대비 -4.55%, EV6는 -5.44% 하락했다. 수입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각각 -3.65%, -4.58%씩 시세가 떨어졌다. 3월 아이오닉5는 0.49%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 다시 -0.3% 하락했고, EV6 역시 -1.4%에서 -0.13%로 낙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중고 전기차 시장에 드리운 위기 요인으로 경기 둔화, 충전 인프라 정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을 꼽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에선 4분기 연속 경제성장률 0.1% 이하의 흐름이 진단됐다. 내수 위축과 함께 역성장 우려까지 제기되며 소비자들의 중고 전기차 구매력 하락으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충전 인프라 정체도 소비자 불안을 키운다. 지난달 22일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격 종료한다고 밝혔고 충전기 제조 자회사인 하이비차저 역시 해산이 결의됐다. 이는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른 사업 재정비로 해석된다.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충전 애로사항 통계에서도 ‘충전시설 부족’이 38.6%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기업의 저가 공세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성비 전기차를 내세우며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발을 내딛은 BYD는 보조금을 확정하고 지난달 14일 첫 국내 승용 모델 아토 3 출고를 시작했다. BYD는 국고보조금에 일부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국내에서 약 2천만원 후반대로 신차 구매가 가능하다며 저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중 무역에서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전기차 업계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판로를 공격적으로 뚫고 있다”며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같은 값이면 중고 전기차보다 신차를 사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