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별칭, 어른들 말 이해돼

지하철 이용땐 안보는 사람 없고

아이가 칭얼대면 ‘스마트폰’ 처방

상상력·판단력 죽이고 소통 막아

청소년 이용 제한, 여러분 생각은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바보상자’. 제가 어렸을 때 텔레비전을 가리켜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별칭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너 그거 너무 많이 보면 바보된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헤아리지 못했지요. 오히려 어른들이 세상에 뒤처져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은 새발의 피만큼도 따라올 수 없는 신문물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이지요.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휴대성입니다. 텔레비전은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크지요. 반면에 스마트폰은 간편하게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때문에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지하철입니다.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분들이 제법 많이 보였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분들을 찾아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대신 지하철 이용자 열의 아홉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이나 소셜미디어(SNS)를 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어른들이 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지요.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먼저 스마트폰은 상상력과 판단력을 기르는데 최악의 적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상이 가진 힘 때문이겠지요. 영상은 눈을 통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입력받는 방법입니다. 반면에 글은 그 자체로 정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뇌를 통한 상상과 판단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보가 되지요. 상상력과 판단력은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비교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어쩌면 인류가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게 된 힘입니다. 저는 뇌과학자는 아니지만 우리 뇌는 눈으로 본 것에는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는 구조로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때문에 유력한, 존경받는 정치인들마저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의심을 진실이라고 확신하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스마트폰이 가진 두 번째 문제는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대신 ‘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준다’는 말이 진리라는 걸 주변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지요. 식당이나 대중교통 같은 곳에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믿을 수 없이 순식간에 잠잠해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노모포비아’라는 말이 사전에 등록된지 벌써 오래입니다.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준말이지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경우 불편함을 넘어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세 명 중 두 명이 이런 현상을 경험했다는 통계마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람 사이의 소통을 막는다는 문제점입니다. 전화도 쉽게 하고, 단톡방을 통해 대화도 쉽게 할 수 있는데 소통을 막는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직접 대면해서 하는 대화의 기회를 상당 부분 차단해 버렸습니다. 텔레비전 채널권 다툼이 옛말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지요. 엄마는 거실에서 TV 리모컨을, 아빠와 아이들은 안방과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심지어 친구를 만나도 대화 대신 스마트폰으로 톡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문제 때문인지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호주는 올해말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튀르키예도 동참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요. 우리 주변에도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마찰을 빚는 부모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찰이 없는 가정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지요. 어쩌면 우리 사회도 호주와 같은 법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많은 부모님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그 동안 현실세계에만 국한되었던 아이들에 대한 보호를 가상세계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