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살해당한 A씨 첫 공판

강의 들은 학생들 유족과 자리에

‘누워있는 상태 가격’ 살인 혐의

수원지법 평택지원 전경. 2025.5.1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지법 평택지원 전경. 2025.5.1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동생은 억울하다고 호소하지도 못하는 망인이 됐습니다.”

14일 오후 2시께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신정일 재판장) 심리로 유명 부동산 강사인 남편을 담금주병으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내 A(55)씨 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 2월 15일 오전 3시께 평택시 자신의 주거지인 아파트 거실에서 바닥에 누워있던 남편 B씨의 머리를 담금주병으로 4회 이상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 B씨의 누나 C씨가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증인석에 선 그는 “동생이 ‘누나 나 이혼하고 싶어, 내 속은 아무도 몰라’라고 했을 때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느냐며 타이른 제가 원망스럽다”며 “피고인이 의도를 갖고 공격했을 때 동생이 느꼈을 고통과 배신감을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동생은 세상을 떠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그날의 진실이 가려질까 두렵다”며 울먹였다.

법정에는 B씨의 제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전날까지 이어진 제자들의 탄원서가 법원에 수백 장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2년 전에 피해자에게 수업을 들었다는 제자 D씨는 “처음엔 인터넷 강의로만 강의를 듣다가 해설이 좋아서 학원에서 진행하는 청강까지 찾아가 들었었다”며 “선생님이 수업할 때 늘 개인번호를 알려주셔서, 제자들은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수시로 연락하고 조언도 얻곤 했다. 살면서 만난 은사님 중 가장 훌륭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피고인인 A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기관은 혈흔 분석 등을 통해 피해자의 머리가 한쪽 바닥에 닿아있는 상태, 즉 누워있다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혐의를 상해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한 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측은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했다며 별도의 의견서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참석한 피고인은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다음 재판은 6월 11일에 열릴 계획이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