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분야 정책 총괄 부처 이전 공약 논란
이재명 후보가 촉발… ‘정책 집행력 확보’
해당 논리라면 인천엔 항공기관 밀집돼야
명확한 근거 없는 표심 정책, 혼란만 자초

대선을 앞두고 나온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에 인천 항만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해양산업에 있어 부산이 갖는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국내 해양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까지 이전시켜야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세종시에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상황에서 부산만을 위해 부처 하나를 툭 떼서 옮긴다는 것은 또 다른 지역 갈등만 유발시키는 꼴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촉발시켰다. 이 후보는 지난달 중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를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며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 집행을 위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며 “이를 통해 조선, 물류, 북극항로 개척 등 첨단 해양산업 정책의 집행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공약 발표 이후 인천 항만업계는 공동 성명을 내고 해수부 이전 공약은 부산을 제외한 전국 항만과 수산업을 정책 소외 대상으로 만들어 부산 중심의 항만산업 ‘일극주의’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나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국가 균형발전 담론과는 결이 다른 사안이다.
부산은 수년 전부터 ‘해양수도’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예산 지원은 물론 관련 해양 기관이 집중돼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원 등 이미 많은 기관이 부산에 밀집해 있고 2012년에는 인천에 있던 국립해양조사원 마저 부산으로 이전했다. 해수부 이전으로 부산 해양산업 정책의 효율성·집행력이 커진다는 논리라면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3위 규모의 인천공항이 위치한 인천 지역에 국내 항공 관련 모든 기관이 들어와야 한다. 그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위치한 국내 최대 바이오 산업 집적화 단지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전해야 한다.
결국 산업 집중도에 따라 정부 모든 부처를 전국에 분산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양·수산 분야에서 만큼은 부산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인천 등 ‘기타’ 항만들이 해양·수산 분야의 균형발전을 외쳐야 할 처지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 공약이 실현된다면 가덕도 신공항 논란 사례처럼 국가 정책이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나온 가덕도 신공항 구상은 선거 때마다 부상하는 부산 지역 정치권의 대표 공약이 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이 추진됐으나 문재인 정부 때는 김해공항 확장이 백지화됐고,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신공항 건립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명분을 이유로 신공항 건립 계획을 5년이나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업을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계획 기간 공항 준공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신공항 건설 계획이 정치 논리에 따라 흔들리면서 신공항 건립 타당성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정부 기관이지 부산시의 산하기관이 아니다. 해수부 이전으로 국가 해양정책의 효율성은 물론 관련 산업이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이런 정책적 판단 과정 없이 튀어 나온 해수부의 부산 이전 공약에 인천이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당장 부산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련 계획이 추진된다면 가덕도 신공항 사례와 같이 갈등과 혼란만 자초할 것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인천, 광양, 평택 등 항만을 끼고 있는 모든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해양 분야 정책 공약이 나오길 바란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