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러’ 캐스팅 /(주)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연극 ‘미러’ 캐스팅 /(주)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웨스트엔드 최신 화제작 연극의 한국 초연...연극 ‘미러’

연극 ‘미러(A MIRROR)’는 검열의 시대를 배경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예술가들의 위장극을 그려낸 작품이다. 2023년 영국 알메이다 시어터에서 초연한 작품은 국가 검열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매혹적인 서사, 예상치 못한 반전 등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흡입력으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그에 힘입어 지난해 웨스트엔드의 트라팔가 시어터에서 재연을 성황리에 진행했다.

작품은 연극 대본을 사전 검열하는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허가받은 결혼식처럼 보이는 한 장소에서 배우들은 신랑, 신부와 호적 담당 공무원, 신랑 들러리로, 관객들은 하객으로 위장해 연극을 공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극에는 극본을 검열하는 ‘문화부’ 국장인 ‘첼릭’과 그의 비서인 ‘메이’, 작가 지망생인 자동차 수리공 ‘아덤’과 유명 극작가 ‘백스’가 등장한다. 아덤이 제출한 희곡에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한 첼릭은 공연 불가능한 ‘반정부’적인 내용인 담긴 ‘현실’ 대신 ‘예술’ 다운 픽션을 쓰라고 권하지만, 아덤은 이해하지 못한다. 첼릭은 아덤이 존경하는 유명 극작가 백스와 만남을 주선하며 그의 입맛에 맞는 극본을 쓰게 하려 하지만,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간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예술’은 누가 정의하는 것이며,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긴장감 속에 진행되는 ‘연극’이 절정에 다다랐을 무렵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예술을 안다고 자부하는 문화부 국장 ‘첼릭’ 역에는 김재범·김도빈·주민진이, 어리숙해 보이지만 확고한 자신의 작품관이 있는 신인 작가 ‘아덤’ 역에는 최호승·박정원·안지환이 캐스팅됐다. 전진 국인이자 첼릭의 비서로 점차 예술에 눈을 떠 가는 ‘메이’ 역에는 이서현·조은정, 성공한 유명 극작가인 ‘백스’ 역에는 안창용·김세환이 출연한다.

연극 ‘미러’는 6월24일부터 9월14일까지 예스24아트원1관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 포스터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공
연극 ‘세기의 사나이’ 포스터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공

■격동의 근현대사 속 125년을 산 남자...연극 ‘세기의 사나이’

2018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됐던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연극 ‘세기의 사나이’가 6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20주년을 맞은 올해라 의미를 더하는 작품은 저승사자의 실수를 덮어주는 대가로 125년의 삶을 보장받은 소시민 ‘박덕배’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낸 삶에 대한 이야기다.

덕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비바이 탄광 매몰 사건,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한국 전쟁 등 비극적 사건의 한보판에도 서게 된다. 하지만 ‘세기이 사나이’는 역사적 사건의 재현보다 그 시간을 살아간 한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다. 주인공 박덕배가 동시대의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생생한 경험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한국의 역사로 치환된다. 소시민이야 말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박덕배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다룬 이 작품은 단순히 지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상처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담는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왜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 극단의 설명이다.

마치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웹툰을 보여주는 것처럼 만화적 기법을 활용해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고 빠르게 전환하며 새로운 양식의 무대를 선보이는 극은,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심각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다채로운 개성과 에너지를 지닌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수많은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생생하고 풍성하게 그려낼 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6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