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보행자 섞이는 경우 많아

교통사고 반복 ‘안전사각’ 지적

지자체, 특혜 우려로 지원 난항

18일 오전 11시께 찾은 평택역 인근의 평택 고속버스터미널. 터미널 승강장으로 진입하려는 버스와 주정차된 차량, 보행자가 서로 뒤섞여 있다. 2025.5.18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18일 오전 11시께 찾은 평택역 인근의 평택 고속버스터미널. 터미널 승강장으로 진입하려는 버스와 주정차된 차량, 보행자가 서로 뒤섞여 있다. 2025.5.18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18일 오전 11시께 찾은 평택역 인근의 고속버스터미널. 서울행인 고속버스가 승강장을 빠져나가려고 후진하자, 형광색 신호수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이 후미에서 “버스 나갑니다, 버스 나가”라고 소리쳤다. 4칸 정도의 승강장과 인도인 횡단보도와의 거리는 고작 10m 정도로 거의 맞닿아 있다.

터미널 앞은 후진하는 버스와 그 뒤를 재빠르게 걸어가는 시민, 승객을 태우려 정차한 택시와 불법 주정차 된 차량 등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힘겹게 버스가 빠져나가고, 10분 뒤 종점인 터미널로 들어오는 버스는 경적을 3번 울려 보도의 사람들을 멈춰 세운 후에야 정차가 가능했다. 해당 노선의 버스는 이곳 터미널을 하루에 100회 이상 드나든다.

이 모습을 지켜본 직장인 이모(29)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평택역에 사람이 몰리며 버스와 보행자가 더 많이 뒤섞인다. 승강장도 좁고 터미널 입구 골목이 너무 비좁아 정비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민영 고속버스터미널이 교통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곳인 평택 터미널에서 후진하는 버스에 70대 남성 A씨가 깔려 병원에 이송됐다. 사고 당시 터미널을 빠져나오려는 버스가 좌우로 후진하면서 A씨를 쳤고 팔과 어깨 등 신체 일부가 버스 뒷바퀴에 깔렸다.

18일 평택고속버스터미널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5.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8일 평택고속버스터미널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5.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980년대부터 운영된 해당 터미널의 입구는 도로가 아닌 평택역 1번 출구와 맞닿은 골목 속에 있다. 터미널 설립 후 40년이 지난 현재 평택역이 번화해지며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같은 안전 문제가 반복된 셈이다.

수원과 안산 등 운영된 지 20년 이상 된 도내 민영 버스터미널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023년 1월에는 수원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40대 남성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탑승을 위해 다가온 승객을 버스가 보지 못하고 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 역시 안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반면 이전 등 개선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태다. 수익을 내는 민간 운영사 터미널의 이전을 위한 용도변경 등은 자칫 특혜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영 터미널 노후화와 그로 인한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만, 운영사가 먼저 이전 등을 요청하지 않는 한 지원하기 어렵다”며 “지원 역시 행정 절차 등 극히 제한된다. 터미널 앞 도로 개선도 고려할 수 있지만, 해당 구역뿐 아니라 전반적 도로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