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

3세 아동 13명 상습적 학대

아동복지법 위반 검찰 송치

 

거리 나와 엄벌 탄원서 받아

징후 파악 관련 캠페인 벌여

지난 15일 수원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것과 관련 학부모들이 수원시 서호공원에서 시민들에게 탄원서를 받고 있다. /학부모 A씨 제공
지난 15일 수원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것과 관련 학부모들이 수원시 서호공원에서 시민들에게 탄원서를 받고 있다. /학부모 A씨 제공

최근 경찰은 수원시의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과 원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육교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만 3세 학급 아동 13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40대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한 건 지난 1월이다. 교사와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혐의가 확인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까지 학부모들은 연차를 몰아서 사용하고, 휴직했다. 학대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아이들을 맡길 기관과 치료받을 병원을 수소문 해야 했다. 그리고 탄원서를 받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 “명확치 않은 만 3세 의사표현…” 알아채기 어려운데 징후 보여도 자책만

지난 1월 초, 학부모 A씨의 연락을 받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으로 모였다. A씨의 학대 의심 신고 이후 아동학대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어린이집에서 CCTV를 열람할 시간을 주면서다. 교실 내부 CCTV에는 아이들이 보육교사에게 밀쳐져 넘어지는 등의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학부모 B씨는 자녀가 학대를 당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 차량을 타는 걸 극도로 싫어했지만, 단순히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나오는 반응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의문은 정신과 병원을 찾고서야 풀렸다. “아이가 표현을 안 해서 전혀 몰랐다”는 말에 의사는 “아직 옳고 그름을 몰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B씨는 “아이가 말을 하지 않은 게 괜찮아서가 아니라, 행동에 대한 판단을 못해서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엄마들끼리 아이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히려 아이에게 옳지 않은 행동들을 알려주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어 ”3월에 다른 유치원을 경험하면서 아이도 당시 상황에 대해 조금씩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징후를 보인 아이들도 있었다. 학부모 C씨는 자녀가 지난해 가을 즈음부터 수면장애가 생기고 점심을 먹지 않으려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불안함을 느낄 땐 헛기침을 하는 틱 증세가 보였고,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라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련의 증세를 보면서도 학대 때문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C씨는 “아이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라는 말을 계속 했는데, 아이들은 진실한 말만 하는 건 아니니까 ‘아니야 선생님은 너를 좋아해’라고만 답했었다”며 “그런데 CCTV 를 보니 아이의 어깨를 잡아 들어올린 상태에서 다시 한쪽 다리를 집어 들어 거꾸로 든 채로 교실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학대가 가장 심했던 날 아이의 하원 후 사진을 다시 보는데, 해맑게 웃고있었다. 결국 아이의 말이 맞았던 건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 눈 앞에 떨어진 돌봄 공백… 병원 문의도 10여통씩

학대 정황을 확인한 이후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따라붙었다. 어린이집을 당장 옮길 수도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운영시간이 긴 어린이집 특성상 학부모 중에는 맞벌이부부가 많았고, 유치원은 3월 입학인 데다 이미 지난해 말 정원모집이 끝난 경우도 많았다. 결국 돌봄을 위해 10년 다닌 회사의 퇴직을 결심했다 연차를 몰아 사용한 경우도 있었고, 휴직을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유치원 입학을 문의하는 과정이 엄마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했다. 학부모 D씨는 “처음엔 사정을 밝히면서 입학 상담을 했는데, 이미 지역에서 소문을 접한 한 원장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금방 잊을거다’라며 유난스러운 엄마인 것처럼 말했었다”면서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 또 상처가 됐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아예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녀의 심리치료를 위한 병원을 찾는 것도 학부모들의 몫이었다. 수원시는 학대 정황을 확인한 직후 응급 심리지원을 했지만, 5차례로 끝이 났다.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판단회의’ 결과가 나와 이를 토대로 한 심리지원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시차가 발생했다. 뒤늦게 찾아나선 병원은 대부분 예약이 다 찼고, 나이가 어려 의사표현이 쉽지 않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아동학대 조기 지원사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아직 시범사업 단계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신고 이후 지자체의 사례판단 결과가 나오기전까지 선제적으로 상담·교육·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사례판단과 관리가 지자체 역할로 자리 잡은 만큼 충분한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사례판단이 늦어지는 건 지자체가 담당하는 아동학대 사건 수는 많은데 인력은 부족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기존에 응급지원이 들어간 상황이었다면, 학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연계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아동학대 징후 빠르게 알아차립시다…” 거리로 나선 엄마들

지난 11일 오후 수원시 서호공원에는 ‘지켜줄게 너희를’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둘러 맨 엄마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아동학대 엄벌을 위한 탄원서를 받았다. 인근에 달린 현수막에는 ‘아동학대에 관심을·아이들에게 안심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팻말에는 ‘아동학대의 징후’·‘학대 정황이 밝혀졌을 때 TIP’ 등이 상세히 쓰여있었다. 모두 엄마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직접 제작한 홍보 물품들이었다.

학부모 A씨는 “원래 맘카페 등 온라인으로만 탄원서를 받다가 날도 풀리면서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들 중에도 아동학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가 많아서, 탄원서를 받는 걸 넘어서 학대의 징후를 빠르게 알아차리자는 캠페인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 곳곳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함께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