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보면 21대 대통령에 근접

현장서 체험한 고통, 사람 성장시켜

검정고시이후 사법시험 합격했을뿐

정통법조인 코스 아니라 대우안해

역설적 법조엘리트 아니라 후보 가능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재명 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제21대 대통령의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국민은 그의 삶에 대한 이력을 잘 알지 못한다. 지난 몇 년간 재판이 거듭되면서 피의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언론 등을 통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를 조명하는 기사들이 연재되고 있다. 소년공과 검정고시, 사법시험 합격과 시민운동 그리고 성남시장과 대통령 후보. 키워드만 봐도 그의 삶이 고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정고시 출신. 상대방이 경계하는 표정이 스쳐 간다. 불량 학생이었나. 고등학교를 자퇴했나. 학령기를 놓쳤나. 하지만 1970년대는 가난했고, 진학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 소작농으로 10대를 보낸 나도 검정고시를 했다. 그러나 중·고를 모두 검정고시로 합격한 소년공 이재명은 나보다 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정상적으로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부정적 인식들이 역시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동갑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일본의 제도화된 교육이 아니라 자유로운 미국식 교육을 받았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울 것도 많지만 현장에서 체험한 고통도 교육만큼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 후보와 성남에서 빈민운동을 함께했던 이상락 전 국회의원과 밤새워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가 최종학력이었다는 그는 정치와 연을 끊고 자연인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 후보가 사법연수원 시절 성남 YMCA를 통해 빈민과 시민운동에 입문할 때부터 함께했다는 그는 3가지로 이재명을 설명했다. “일 욕심이 많다. 돈과는 관계가 없다. 주변의 사람과 친소관계가 약하다.” 검찰의 기소가 계속되던 시기라서 돈과 관련한 재판이 관심사였다. 단언컨대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재판은 계속되었다. 조국 전 대표는 이 후보의 대법원 파기환송에 대해 ‘최상위 법조 엘리트들의 이재명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소년공 출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못 보겠다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상고를 졸업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정고시를 한 이 후보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뿐 정통 법조인의 코스를 밟은 법조인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이 서울 법대 출신이 아니면 뉴스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른바 법조 엘리트의 편견과 기현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것은 법조계에 대한 신뢰를 악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조선 시대 과거처럼 사법시험을 장원급제로 생각하는 국민이 있다. 고시 합격자는 우수한 인물이자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다. 인권과 소외된 국민의 편에서 일한 인권변호사의 활동이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선민의식과 함께 권위주의적인 기수 문화를 고집하는 전근대적 법조 체제도 고착되어 있다. 국민은 자신을 표현할 때 이름과 나이를 쓴다. 하지만 지금도 연수원 몇 기와 변시 몇 기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사법개혁이 호칭과 기수 파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이 후보는 법조 엘리트가 될 수 없는 구조이기에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는 시민운동의 한계를 느끼고 시장에 출마했다고 했다. 제20대 대선에서 낙마한 그가 2022년 전혀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했다. 만약 현직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가 아닌 전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었다면 윤석열의 검찰과 조희대의 대법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당시 출마 논란이 있었음에도 계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람들이 있다.

박찬대 의원과 유동수 의원 등이 함께하는 모임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없다면 사법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야당의 존재도 무너질 것이다. 보궐선거를 천운으로 삼아야 한다.” 만약 그때 인천의 국회의원을 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재명을 볼 수 있었을까. 윤석열의 계엄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때문에 지혜로움과 인재를 선택하는 혜안이 더 강조되고 있다. 그것이 제21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국민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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