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맞먹는 자기주도학습센터…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선도 도시’로

 

이주호 부총리 “높이 평가” 지원의사 밝혀

상반기중 센터 문열어 양질의 학습 콘텐츠

학부모도 교육공동체 참여… 정책 고도화

 

공교육·다문화학생 등 특구 시범사업

전 학교 수학여행·인터넷 수강료 지원

통학버스·기숙사도… ‘1인 1특기’ 운영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 포천에서 지금 획기적인 교육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정주 여건을 바꾸는 이른바 ‘포천형 교육’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도된다. 지난해 7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핵심은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혁신으로 고향에 머물러 살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방도시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교육여건을 바꿔보자는 교육발전특구의 목표와 일치한다.

포천시의 교육혁신사업이 주목을 끄는 건 수도권이면서도 인구 위기에 놓인 특수상황 때문이다. 꾸준한 도시개발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제자리 걸음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남부와의 교육 격차가 꼽힌다.

이런 교육 불균형 현상은 지방 대부분의 인구 위기 도시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포천시의 교육실험이 성공한다면 정부의 교육특구사업은 물론 비슷한 환경의 인구 위기 도시에 희망적인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포천형 교육

이주호(앞줄 왼쪽 네 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21일 포천시를 방문해 포천형 자기주도학습센터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포천시 제공
이주호(앞줄 왼쪽 네 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21일 포천시를 방문해 포천형 자기주도학습센터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포천시 제공

지난 4월2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포천시를 전격적으로 방문, 주요 교육현장을 둘러본 뒤 ‘포천형 자기주도학습센터’(EBS 공공학습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비쳤다.

이 부총리는 “교육발전을 위한 포천시의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같은 지원 의사를 전했다.

포천형 자기주도학습센터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전국 최초로 지자체와 공동 운영하는 일종의 공공형 학원으로, 서울에 집중된 학원 못지 않은 양질의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학습센터는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이다.

이처럼 초·중·고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은 포천형 교육의 뼈대이며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시는 자기주도학습 지원을 대도시와 비교해 교육자원이 부족한 지역 여건에 알맞은 공교육 경쟁력 향상 방안으로 보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센터와 같은 공공교육자원을 늘려 ‘일타강사’라 불리는 유명 강사가 몰린 서울 학원가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역 학부모들도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포천형 교육에서는 학부모도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교육 정책과 모니터링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의 교육분야 전문가에 교육정책의 문호를 연 것은 포천형 교육의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발족된 교육발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시와 교육지원청 등 공무원과 더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지원계획과 교육경비 보조사업 등 시의 주요 교육정책 결정에 의견을 낼 수 있다. 시는 이를 통해 지역 교육정책의 체계화와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

백영현 포천시장이 지난해 7월 포천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3대 전략을 발표했다. /포천시 제공
백영현 포천시장이 지난해 7월 포천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3대 전략을 발표했다. /포천시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도 포천형 교육혁신의 빼놓을 수 없는 축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의 빠듯한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사업도 정부 지원을 통해 시도할 수 있어 교육혁신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포천시는 지난해 7월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행복울타리 에듀 케어 오브(Edu-Care Of) 포천’, ‘공교육의 중심 에듀 코어 바이(Edu-Core By) 포천’, ‘더 큰 공동체 에듀 커뮤니티 포(Edu-Community For) 포천’ 등 3대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행복울타리 에듀 케어 오브 포천은 돌봄플랫폼 구축과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 등을 통해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근엔 이 사업을 통해 통학 불편 지역의 학생들을 위한 학생 전용 통학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공교육의 중심 에듀 코어 바이 포천은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디지털·인공지능(AI) 인재 양성과 예술적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확대 등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포천고등학교가 교육부 추진 ‘자율형 공립고 2.0’에 선정돼 이 사업과 연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교육 혁신 프로그램들 운영에 들어갔다.

더 큰 공동체 에듀 커뮤니티 포 포천은 다문화 학생 적응·성장을 위한 공교육 지원을 비롯해 글로벌 역량 강화, 인성교육, 인문학 교육, 진로 상담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공립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포천형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교육부터 취업, 정주까지 한 번에 이루는 선순환 체계를 조성하는 게 특징”이라며 “인구감소 위기를 넘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이루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교육격차 해소

백영현 포천시장이 지난해 5월 열린 포천 인문도시 페스티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천시 제공
백영현 포천시장이 지난해 5월 열린 포천 인문도시 페스티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천시 제공

포천형 혁신교육의 중요 목표 중 하나는 교육격차 해소다. 여기에는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와 미래형 인재 양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인다.

시는 올해 포천지역 전 학교에 수학여행을 지원한다. 원래 2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계획을 변경해 전체 학교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올해 고교생 3천148명이 무상 교육 혜택을 누리게 됐다. 포천지역 거주 초·중·고생은 인터넷 수강료도 지원받고 있다.

통학 불편지역 거주 학생들을 위해 통학버스 2대를 마련, 포천권역과 소흘권역에 현재 운행 중이다. 영북고 등 시 외곽지역 고교에는 기숙사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포천지역 49개 학교에는 현재 인문교육과정 다양화, 체험학습, 포천미래교실 등 미래 핵심역량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시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 학교에서는 시 지원사업을 통해 ‘1인 1특기’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시가 현재 추진 중인 교육사업 대부분이 사실상 교육격차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교육격차 해소는 포천형 혁신교육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백영현 시장은 민선 8기 시작 때부터 지역 발전과 관련해 공교육 중심의 교육혁신을 강조해오고 있다. 포천지역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과 같이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현재 교육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시민들은 포천시만의 특색 있는 교육혁신 모델을 원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육선도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