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전국 5건뿐, 잇단 약한 선고

민주노동硏 “법 취지와 안 맞아”

일각 합의부가 능사 아냐 시각도

법원 전경. /경인일보DB
법원 전경. /경인일보DB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위반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낮은 형량이 잇따라 선고되자 중요 재판을 담당하는 합의부가 중처법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처법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최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전국 법원에서 1심 선고가 나온 40여건 중 실형은 5건에 그친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중처법을 위반해 기소된 건설사 대표의 집행유예가 대법원에서 확정되기도 했다. (5월8일자 6면 보도)

전국 세번째 ‘중처법 기소’ 결과… 건설사 대표 집행유예 확정

전국 세번째 ‘중처법 기소’ 결과… 건설사 대표 집행유예 확정

체 대표가 각각 선고받은 벌금 5천만원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도 확정됐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 인천 중구 한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국 국적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0대 남성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8738

법원조직법은 형사재판에서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사건을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에서 다루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한 형량이 예상되는 사건은 주로 합의부가 담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중처법을 비롯한 일부 법률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단독 재판부가 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지법에서는 관련 사건 4건 중 1건이 합의부에 배당되기도 했는데, 오배당으로 밝혀져 최근 단독 재판부로 재배당됐다.

이를 두고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건을 맨 처음으로 다루는 하급심에서부터 중처법의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법 취지에 맞는 형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중처법 사건을 합의부가 심리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중처법 사건을 합의부가 담당하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는 재정합의를 거쳐 합의부에 배당되고 있다. 재정합의 대상 사건은 선례나 판례가 없는 사건, 선례나 판례가 서로 엇갈리는 사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을 일컫는다.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참사, 6명이 숨진 부산 반야트리 호텔 화재 등은 모두 1심을 합의부가 심리했다.

다만 합의부 배당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법원이 중대재해를 사회의 주요 사건으로 인식하는 등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합의부가 사건을 담당해도 형량은 이전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