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잇단 중대재해(2023년 8월29일자 7면 보도 등)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SPC가 노동환경을 제대로 개선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점에서 야간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SPC 공장의 작업환경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된다.
19일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빵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장 내부 CCTV와 작업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며 안전수칙 미준수 등 과실 정황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초동조사 및 행정조치를 진행했으며 정식 사고조사는 성남시청 광역과에서 진행하게 된다”며 “공장 내 근무 체계 등은 현장 조사 후 정확히 파악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새벽 시간에 발생한 만큼 SPC 계열사 내 공장의 고강도 야간 노동환경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SPC 계열 제빵공장 곳곳에서 반복적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부실한 안전관리와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2년 평택 SPL 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고 같은 공장에서는 손가락 골절 등 부상 사고도 이어졌다. 2023년에는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 등이 발생했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SPC 계열사의 재해가 노동 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2022년 SPL 사망사고 이후 SPC는 1천억원의 안전 투자를 약속했지만 그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현장 노동자는 여전히 알 수 없다”며 “기계를 밤새 멈추지 못한 채 작업이 이어지고 크고 작은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사고를 줄이려면 생산량에만 몰두하는 운영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SPC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현재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PC 본사는 밤샘 근무 여부 등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